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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식탁
정치적인 식탁
2020.02.16정치적인 식탁 | 이라영 | 동녘 | 2019 먹거리를 기르고, 만들고, 먹고, 치우는 모든 문제가 정치적이다. 밥상 뒤엎는 사람, 밥숟가락을 먼저 들 수 있는 사람, 식사 중에도 계속 움직이며 시중드는 사람, 직사각형 식탁의 가장 '윗자리'에 앉는 사람, 준비된 음식을 앞에 두고 '설교'하는 사람, 제사상의 도리를 입으로만 따지는 사람, 성별에 따라 먹는 입과 노동하는 손의 역할을 구별하기 등 식탁에는 권력이 오간다. p.8~9 남자는 밖에 나와서 '여자 끼고' 술을 마셔도 근무의 연장이지만, 여자는 밖에서 밥만 먹어도 노는 여자다. 아침 해장국은 노동자 서민의 밥상이고, 브런치는 사치한 된장녀의 밥상이다. 노동자의 남성적 이미지와 소비의 여성적 이미지라는 편파적인 구도가 이런 관념을 만든다. p.19..
출근길의 주문
출근길의 주문
2020.02.16출근길의 주문 | 이다혜 | 한겨레출판 | 2019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면, 말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쉰다. 가능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한다. 분한 대로 쏟아내 버리면, 종종 상대는 그 '태도'를 문제 삼아 그 자신의 잘못을 희석시킨다. p.38 일의 성격에 따라 칭찬에 필요한 말은 다르다. 일에 따라 고유한 어휘들이 존재하고, 어떤 뉘앙스의 단어가 필요한지 선택해야 한다. 일을 할 때, 그 일을 잘했을 때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단어장'을 만들라. 누가 나에게 들려주면 좋은 말을 적어보라. 그냥 단순히 "좋네" "재밌네" 정도로 기쁜 것이 칭찬이지만, 꼼꼼하게 리뷰해주는 상사가 있다면 그 신뢰도는 급격히 상승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말하려면 상대의 퍼포먼스를,..
나의 가해자들에게
나의 가해자들에게
2020.02.16나의 가해자들에게 | 씨리얼 | 알에이치코리아 | 2019 출연자 10명을 포함한 402명의 응답자 중 96퍼센트가 그때의 기억이 현재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소외를 경험한 이들 대부분이 무너졌던 존엄성이 회복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함께. 그렇다면 우리는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사실 왕따였어." 하지만 이렇게 내뱉는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고, 패배자 혹은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힐 걸 안다. 그런 말을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이유다. p.13 커 가면서 이런 게 얄미웠어요. 가해를 했던 애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요. 어떤 애들은..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2020.02.08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 |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 언어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다기보다는 우리 자신이 언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언어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피이자 살이고, 뼈이자 피부입니다. 얼마나 양질의 언어인가, 어떻게 생긴 언어인가, 어떤 특성을 지닌 언어인가에 따라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 감각,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영향을 받습니다. p.7 "아이패드로 책 읽어봤어? 잘 읽히지 않지?" 한마디고 그것은 책이 지닌 두툼한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페이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남은 페이지를 모르면 책을 읽기 어렵습니다. 아이패드에는 이런 단점이 ..
단단한 영어공부
단단한 영어공부
2020.02.08단단한 영어공부 | 김성유 | 유유 | 2019 어떤 면에서 영어는 '과대평가될 수 없는', 즉 아무리 강조해도 괜찮은 능력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는 기본'이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p.12 아일랜드에 가면 아일랜드 사람이 하는 영어를 들을 수 있고, 홍콩 사람은 홍콩 영어를 합니다. 이들 사이에 우열 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열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입되어 온 언어 이데올로기의 힘입니다. p.46 우리는 종종 영어를 국제어로 배운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우리는 원어민이 되려고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공부합니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원어민 콤플렉스나 다양한 발음 및 언어 특성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을 겁니..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2020.02.02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임경선, 요조 | 문학동네 | 2019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반대방법이 낫다고 봐. '하고 싶은 걸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기'부터 시작하는 거지. 왜냐, '좋음'보다 '싫음'의 감정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해서야. '하기 싫은 것 /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 이런 것들을 하나둘 멀리하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가 절로 선명해져. p.18~19 난 '어차피'와 '다 똑같아'라는 말 그 자체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야. 그것은 애초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차단하고, '안 좋아짐'을 기정사실로 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단순하게 하향평준화시키는 단어라고 생각해. "어차피 해봤자야." "사람들은 다 똑같애." 나는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과는 ..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2020.01.13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 서늘한여름밤 | 아르테 | 2019 연애 없이 혼자만의 삶을 잘 가꾸는 사람들은 여러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르 흠뻑 채울 수 있는 취미나 취향,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 혹은 자기 자신에게 내린 단단한 뿌리 같은 것. 사실 이들을 혼자라 말할 수는 없다. 연애를 하지 않을 뿐이지, 다양하고 의미 있는 것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p.18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반짝임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건 아쉽다. "아, 그때 우리 진자 미친 듯이 사랑했었잖아"라고 시작하는, 우리 둘만 아는 바보 같은 이야기들이 없는 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이 사랑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모른다. 어쩌면 오늘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내일 너에게..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2020.01.12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 달 | 2019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사랑에는 언제나 한 방울의 연민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p.12 무슨 일이든지 애를 써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존경심과 안타까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해냈지만, 해낼 테지만, 그 후 존재에 남는 흔적은 어떻게 하나. 간절함을 품고 행한 뒤, 존재에 내리는 것. 그것은 뭐라 불러야 할까? 지나치게 애를 쓰는 일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p.28~29 '절대로'란 말을 남발하는 시기는 축복받은 시기다. 때가 되면 온다.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시기가.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후드득 떨..
일의 기쁨과 슬픔
일의 기쁨과 슬픔
2019.12.25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창비 | 2019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한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빚쟁이들처럼 호시탐탐 ..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2019.12.25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 허새로미 | 현암사 | 2019 누군가 "너는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한다"라고 할 때 그건 사실 칭찬이다. 해당 언어의 본질을 내가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이 한국어의 위계적 특성을 활용해 관계를 통제하지 못하도록 내가 가로막고 있어 불편하다는 신호이므로. p.44 '정 없다'는 말은 뭘 달라는 얘기인 것이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을 알아달라는 얘기고, 나조차도 모르는 내 신호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 달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정이 떨어진다는 말은 선언도 아니고 질문도 아니라는 의미에서 일종의 위협일 수 있다. '나는 지금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정이 떨어지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니까 그러지 않도록 조심해'라는. p.50 언어는 실제로 있었던 일과 나 사이에서 생각보다 많은..
스토리플랫폼
스토리플랫폼
2019.12.24스토리플랫폼 | 성대훈 | 미디어랩 | 2018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실질적인 필요를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기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이용한다고 한다. 일명 확인습관Checking Habit이라는 새로운 습관이다. 그리고 오락, 시간 때우기,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만족을 얻는 집단일수록 스마트폰에 더 의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p.43 출판물이나 방송 형태로 소비되던 문화 콘텐츠는 웹에서 소비하기 적합한 콘텐츠로 변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스낵컬처와 같은 문화소비형태와 접목되면서 스토리플랫폼들이 등장한 것이다. p.46 과거의 미디어시장과 출판시장 시스템을 '파이프라인' 시장이라고 말한다. 플랫폼과 달리 파이프라인은 가치의 창출과 이동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며 이때 파이프라인..
메이크 타임
메이크 타임
2019.12.23메이크 타임 | 제이크 냅, 존 제라츠키 | 박우정 옮김 | 김영사 | 2019 나는 현재 매달릴 수 있는 무언가(할 일 목록보다는 크고, 5년 후의 목표보다는 작은)가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내가 계획을 세우고, 기대하고, 완수했을 때 감사할 수 있는 활동이 가장 필요했다. 다시 말해, 매일 하이라이트가 있어야 했다. p.53 하이라이트는 하루하루에 초점을 부여한다. 연구에 따르면, 당신이 하루를 경험하는 방식은 당신에게 일어난 일들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관심 있는 일을 선택함으로써 현실이 만들어진다. p.55 하이라이트를 선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긴급성, 즐거움, 혹은 만족감 중에서 오늘 어떤 하이라이트가 가장 적합할지 판단하는 것이다. p.59 경험에서 얻은 유일한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