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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를 말하기
말하기를 말하기
2020.07.26말하기를 말하기 | 김하나 | 콜라주 | 2020 성우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즈pause' 즉 '잠깐 멈춤'의 중요성이었다. 말의 매력과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이 '잠깐 멈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너무도 중요한 기술이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그에 대해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말을 매력적으로, 힘있게 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는지를 관찰해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p.36 강연의 말하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긴장하지 않는 편안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물론 강연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잘 준비해놓고 긴장해서 강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1. 못해도 괜찮다 2. 안 들으면 니 손해(학 마!) 3. 다 좆밥이다 4...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2020.07.26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최지은 | 한겨레출판 | 2020 세상에는 세 부류의 여자가 있다. 어머니의 운명을 타고난 여자, 이모의 운명을 타고난 여자, 그리고 아이로부터 반경 3미터 내에 있어서는 안 되는 여자. 아이를 낳아 키우며 느낄 벅차고 뜨겁고 충만한 감정과 경험이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에 가끔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끊임없이 이야기와 요구를 들어주는 하루하루를 내가 견딜 수 없을 거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중략) 나는 내 인생을 그렇게까지 침범하고 흔들어놓을 타인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동시에 조금 불안해진다. 아이를 낳기 전에 나 같았던 사람들도 마음이 바뀌었겠지? 그들의 세계는 더 확장되고 풍성해졌겠지? 그리고 다음 순간 다시 생각한다. 그래도 ..
이런저런 이야기 31
이런저런 이야기 31
2020.03.06#코로나19가 강타한 나날들 - '우한 폐렴'이라는 말과 함께 엄청난 중국인 혐오를 쏟아내며 시작된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숨 막히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30번대로 잘 관리되며 소강 상태로 접어드나 싶었는데 갑자기 신천지 집단 감염 사례가 쏟아지면서 이제는 하루에도 몇 백 명씩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중. - 2월 중순에 동생, 사촌동생과 함께 가려고 계획했던 대만 여행은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다. 확진자 수가 별로 없을 때였지만 사촌동생이 초등학생이다 보니 삼촌이 불안해하셔서 취소하기로. 다행히 비행기표며 호텔이 전부 무료취소가 가능한 상품이어서 금전적 손실은 없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건 사실. - 식당이고 카페고 한산한 곳이 많아 자영업자가 얼마나 타격이 클지 눈으로 보인다. 물 들어올 때 노 ..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2020.03.01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 산경 | 위즈덤하우스 | 2019 일반 소설 작가는 글을 다루지만 웹소설 작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반 소설 작가가 완벽한 문장을 고민할 때 웹소설 작가는 좀 더 재미있고 흥미 있는 상황을 고민합니다. p.5 조연들의 캐릭터를 설정할 때는 습관을 부여해주면 좋습니다. 습관은 캐릭터에 생동감을 주는데, 주인공보다 조연에게 부여하는 게 낫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 손톱을 뜯거나 코를 훌쩍거리는 습관 등을 부여하면 자칫 잊히기 쉬운 조연들을 독자가 기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7 모든 화에 기승전결을 다 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거나 결정적이거나 명대사가 들어 있는 신의 연출은 매 화 꼭 필요합니다. 그 한 장면이 다음 화로 넘어가게 하는 원동..
착취도시, 서울
착취도시, 서울
2020.03.01착취도시, 서울 | 이혜미 | 글항아리 | 2020 "닫힌 방 안에서는 생각조차 닫힌 것이 된다." - E.H.카 쪽방은 없어저야 하는 걸까? 한 발짝만 물러서면 거리로 내몰릴 주거 난민들에게 쪽방은, 그러나 노숙을 막아줄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p.38 정상 가족, 정상 주거만을 사회적 규범으로 받아들여온 세상에서 '쪽방'은 소위 그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드러내는 '빈곤 포르노'의 소재로만 쓰였을 뿐, 어찌된 연유로 쪽방에 살게 되었는지, 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일을 하는데도 왜 가난은 더 가난한 이들에게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지를 우리는 질문한 적이 있었나. 그나마 워낙 수가 많은 고시원은, 사법고시 폐지 등으로 젊은 청년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언론 보도가 되고 있으나 쪽방촌은 '특..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2020.02.23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 최혜미 | 푸른숲 | 2019 여자가 자기 몸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엄마가 될 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 몸'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루, 한 달 흐름에 따라 변하는 내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심신의 불편함을 덜고 내 몸을 향한 자신감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p.15 산모 넷 중 하나가 만35세 이상인 시대입니다. 저출산국가라는 사회적 측면에서도 서른다섯 이후 임신은 경고하고 예방할 일이 아니라 보호하고 장려해야 하는 일입니다. 노산이라는 말은 적어도 젗루산으로 고민하는 이 사회가 뒤늦게 아이를 낳으려는 여자들을 격려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요. p.30 노화 이슈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잠'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잘 자는 것이야말로 우리 ..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2020.02.23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위근우 | 시대의 창 | 2019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에, 성별, 피부색, 성적 지향 등 생득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여성이라 돈을 덜 받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포기해야 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에 반대한다면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하면 좋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확장된 규칙이 아니라, 인간은 존재하는 그대로 존엄하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한 줌의 도덕이다. p.18 기혼 인구가 기득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혼을 강요하는 이들은 기득권이 맞다. 진짜 기득권은 결코 압제자의 얼굴을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자신들의 입장을 보편적인 것으로 올려놓으면 그만이다..
어느 봄날, 아주 따뜻한 떨림
어느 봄날, 아주 따뜻한 떨림
2020.02.17어느 봄날, 아주 따뜻한 떨림 | 김인숙 | 아시아 | 2019 언어란, 의역되지 않은 채의 날것의 언어란, 흥미롭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몹시 부끄럽다. p.18 그럼에도 나는 묻는다. 당신은 내일 아침 몇 시에 팔자교에 갑니까? 진심으로 말하건대, 절대로 궁금해서가 아니다. 회화책 수준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챕터 한 장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걸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뿐이다. 게다가 초급 회화책에서는 늘 이유 없이 시간을 묻는다. 당신은 몇 시에 학교에 갑니까. 지금은 몇 시입니까. 수업은 몇 시에 끝납니까. 당신은 몇 시에 상점에 갔었습니까. 왜? 도대체 왜 물어보는 건데? 따져 묻고 싶어지게 만드는 질문들. 그리고, 나 역시... p.20 짜증을 부리는 게 아닐지도 모른..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2020.02.16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 정지민 | 낮은산 | 2019 여성은 약자지만 나의 정체성은 그보다 다양하다. 일상의 많은 상황에서 나는 약자일 때도 있지만, 강자일 때도 있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강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나의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13~14 사람들은 타인을 예전만큼 잘 참을 수 없게 됐다. 함께는 가끔 좋지만 혼자가 대체로 편하기에 후자를 위해 전자를 포기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이 시대에 결혼이 갖는 가치가 있다면 시대착오적이고 맹랑하게도 영원을 약속하는 점 때문이라 믿는다. p.16 평등을 지향하는 현대의 부부들에게는 정해진 역할이랄 게 없고 모든 것이 협상의 대상이다. 많은..
이제야 언니에게
이제야 언니에게
2020.02.16이제야 언니에게 | 최진영 | 창비 | 2019 이상하게 꼭 사과해야 할 사람은 사과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사과를 하고 그런다. p.32 제야는 제니가 부러웠다. 글을 잘 쓰는 제니도 부러웠지만, '싫어요'라고 말하는 제니가 더 부러웠다. 어른들은 제야를 보고 맏이라서 의젓하다고 했다. 제니에게는 막내라서 철이 없다고 했다. 제야는 그런 식의 구분이 싫었다. 그런 말로 자기를 '싫어요'라는 단어에서 멀리 떨어트려놓는 것만 같았다. p.38 우리 학교에서 판사가 나왔다는 얘기는 아저씨한테 처음 들었는데 나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좀 별로다. 그 판사가 우리 고등학교 나와서 판사가 됐겠나. 자기가 열심히 공부해서 된 거지. 그런 어른들은 꼭 그런 식으로 이상하게 연결을 시킨다. p.68 ..
문학하는 마음
문학하는 마음
2020.02.16문학하는 마음 | 김필균 | 제철소 | 2019 박준 / 무엇에 대해 사유하거나 쓰려면 삶이 주는 자극과 경험이 선행되어야 해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혼자 쓰라고 하면 저는 못 써요. 아마 이것은 제가 쓰는 글의 보편성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시는 대부분의 독자들과 비슷한 양식의 삶을 살아야지요. 아침저녁으로는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월요일을 싫어하는 대신 금요일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저는 삶의 비루를 계속 느끼면서, 계속 시를 쓸 것 같아요. p.84 고재귀 / 학생들에게 이런 농담을 해요. 빌딩이 있는 사람이 희곡을 쓸 수는 있지만 희곡을 써서 빌딩을 살 수는 없다고. P.162 윤이수 / 지금은 웹소설 쓴다고 하면 '부자겠네?'라고 해요. 수입이 오픈되면서 생긴 변화예..
정치적인 식탁
정치적인 식탁
2020.02.16정치적인 식탁 | 이라영 | 동녘 | 2019 먹거리를 기르고, 만들고, 먹고, 치우는 모든 문제가 정치적이다. 밥상 뒤엎는 사람, 밥숟가락을 먼저 들 수 있는 사람, 식사 중에도 계속 움직이며 시중드는 사람, 직사각형 식탁의 가장 '윗자리'에 앉는 사람, 준비된 음식을 앞에 두고 '설교'하는 사람, 제사상의 도리를 입으로만 따지는 사람, 성별에 따라 먹는 입과 노동하는 손의 역할을 구별하기 등 식탁에는 권력이 오간다. p.8~9 남자는 밖에 나와서 '여자 끼고' 술을 마셔도 근무의 연장이지만, 여자는 밖에서 밥만 먹어도 노는 여자다. 아침 해장국은 노동자 서민의 밥상이고, 브런치는 사치한 된장녀의 밥상이다. 노동자의 남성적 이미지와 소비의 여성적 이미지라는 편파적인 구도가 이런 관념을 만든다.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