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아주 따뜻한 떨림
2020.02.17
어느 봄날, 아주 따뜻한 떨림 | 김인숙 | 아시아 | 2019 언어란, 의역되지 않은 채의 날것의 언어란, 흥미롭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몹시 부끄럽다. p.18 그럼에도 나는 묻는다. 당신은 내일 아침 몇 시에 팔자교에 갑니까? 진심으로 말하건대, 절대로 궁금해서가 아니다. 회화책 수준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챕터 한 장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걸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뿐이다. 게다가 초급 회화책에서는 늘 이유 없이 시간을 묻는다. 당신은 몇 시에 학교에 갑니까. 지금은 몇 시입니까. 수업은 몇 시에 끝납니까. 당신은 몇 시에 상점에 갔었습니까. 왜? 도대체 왜 물어보는 건데? 따져 묻고 싶어지게 만드는 질문들. 그리고, 나 역시... p.20 짜증을 부리는 게 아닐지도 모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