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 박초롱 | 이음 | 2020
실제로 그 사람이 옷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 트레이닝을 얼마나 잘 시켜주느냐보다 그가 얼마나 팬이나 팔로워를 많이 확보했느냐가 그의 전문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정교한 그림보다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원하고, 완벽한 배합의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보다 유튜브 천만 구독자를 가진 바텐더와 일하고 싶어하다. 영향력은 전문성에 대한 이 시대의 새로운 기준이다. p.26~27
회사에서 받는 연봉이 적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를 회사원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버는 돈이 생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그가 프리랜서라 불릴 수 없는 건 아니다. 사연속의 그가 가정에서 남편과 경제적 균형을 이루고 사는지 여부는 직업의 인정과는 별개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일을 정의하는 것은 단순히 수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p.36~37
"남자는 프로필에 아이 사진이 있으면 '가정적이구나'라는 소리를 듣지만 말이야. 여자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아이 사진을 두면 '일보다 가정이 먼저구나'라는 인식을 주는 것 같아." p.58
직원을 해고하는 데는 참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만, 프리랜서와 다시 일을 하지 않는 데는 어떤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프로젝트가 끝난 후 다시 연락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멋진 말로 장식하자면 프로의 세계, 질척거리고 서운한 마음을 담아 표현하자면 차가운 세계다. p.105
프리랜서는 누구보다 자기 착취의 선봉에 설 좋은 조건에 있다. 조직에 있을 때 과업을 달성한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가 바로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거나 승진을 할 수는 있지만), 프리랜서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곧 자신일 때가 많다. (중략) 진정한 휴식은 상사인 나의 허락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프리랜서일수록 진짜 '쉼'과 나는 멀어진다. p.151
여유 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더 쉽게 흔들린다.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급하게 수락해버리기도 하고, 평소보다 낮은 다가가 쓰인 계약서에 허겁지겁 서명하게 될 수도 있다. p.166
브랜드는 나를 대체하기 어려운 인력으로 만들어주는 담장이다. 따라서 브랜딩은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다. 나이가 들수록 열정과 건강이 여윌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늙은 내가 노동을 적게 해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입을 얻을 방법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알아주는 내 브랜드는 이를테면 20년 후의 나를 위한 두둑한 통장이고, 오랜 고난이 만들어 낸 맷집이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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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만춘 님 책. 구독료를 대신하기 위해 읽었으나 프리랜서로서 공감가는 내용도 많아서 격하게 끄덕이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