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의 폴짝
스무 해의 폴짝 / 권혁웅, 김금희 외 / 마음산책 / 2020
김금희 / 이십 대 때는 힘들기는 하지만 아직 뭔가를 완성해서 내놓지 않아도 되는 시기라는 점이 주는 안전선 같은 게 있는데 삼십 대는 최전선에 가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 시기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앞날이 많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p.133
정이현 / 제가 당시 곤혹스러웠던 지점은 따로 있었는데요. 이 일의 결과물에 대해 불특정 다수에게 계속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이에요. 슷로 아주 단단해지지 않으면 힘들 수 있겠따는 것을 깨달았지요. 책에 대한 평가를 하나하나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이 내상을 입게 되고 오래 버틸 수 없으니까요. p.212
백선희 / 다른 번역가의 번역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평가를 안 하려고 해요. 다만 번역이란 것은 번역가가 눈에 안 띄어야 좋은 거예요. 읽기 거슬리는 책을 만나면 누가 번역한 거지, 하고 살피게 되고 오히려 잘 읽히면 번역가를 생각 안 하고 그냥 책에 빠져셔 읽게 되지요. p.235
이기호 / 노동의 측면에서 보면 웹소설이나 장르소설 친구들을 따라 잡을 수 없거든요. 거긴 말하자면 소설계의 상하차, 소설계의 새우잡이 어선 같은 곳이니까요. (우음) 저는 그것만으로도 그 일을 해내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있어요. 웹소설을 쓰는 학생들도 마찬가지고요. p.342
이기호 / 어떤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은 시간은 거기 그대로 있는데 우리만 지나가고 있는 거겠죠. p.345
김중혁 / 새로운 제안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약간은 여유 있게 살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여유가 있고 뭔가 빈틈이 있어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이 꽉 차 있으면 새로운 일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 하나만큼은 꼭 지키려고 해요. p.366
임경선 / 일부러 '젊은 감각' 같은 것을 가지려고 애쓰는 건 너무나 비루하고 매력 없지 않나요? 결국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로 유유상종 모이는 게 아닐까 싶어요. 비슷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일종의 느슨한 가치 공동체 같은 거요. p.442~443
김용택 / 나는 강연장에서 여러분들은 어디 가서 절대 힘들다고 말하지 마라. 여러분은 그래도 남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힘들다고 쉽게 말하지 마라.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마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진짜 힘든 사람들은 내가 힘들다는 말도 못한다. 이렇게 말해요. p.518~519
김용택 / 우리가 왜 힘드냐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힘든 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인간적인 존중을 받지 못해서인 거야. 인격적으로 존중을 받으려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휴식이 주어져야 된단 말이지요. 말하자면 인간다운 삶이 제도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는 나라, 나는 그런 나라가 잘사는 나라라고 봐요. p.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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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북클럽에서 받은 책.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는 인터뷰 책이라 아껴 두고 한 꼭지씩 읽었다.
지나칠 정도로 수업 준비를 꼼꼼히 한다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부터(수업 준비 안 해서 비싼 학비 생각나게 만드는 교강사를 너무 많이 봤기에 이런 교수님을 둔 학생들이 부럽다), 북클럽 회원들의 생일에 카드를 준비하면 어떻겠느냐는 이해인 수녀의 말(수녀님 제안 때문인지 생일 때 마음산책에서 정말로 책과 카드를 받았다), 먹는 시간을 격 있게 보내고자 요리 도구나 커피 도구를 잘 구비해 두고 자신을 잘 대접하려 한다는 김소연 시인의 말(나도 노력하고 싶은 부분)까지, 기억에 남는 말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고, 새기고 싶은 말은 김중혁 작가의 말. 새로운 제안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약간 여유 있게 살라고. 정말 깊이 공감한다. 최근 1~2년은 일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제안이 들어와도 대부분 거절 또 거절이었다. 의외로 내게 맞는 일이거나, 같은 일이라도 요율이 훨씬 좋을지도 모르는데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고 거절할 수밖에 없으니 돌이켜보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새해엔 일을 좀 줄이고 여유를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