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입니다
김지은입니다 | 김지은 | 봄알람 | 2020
한 문장의 무분별한 선동을 주워 담는 데는 수백 개의 정리된 문장이 필요했다. p.10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지켜봐달라고 말하는 것만이 내가 죽지 않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거대 권력 앞에서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p.64
나는 금융채무자이자, 병환 있는 가족을 부양하는 실질적 가장이자, 성과로 평가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안희정 측 변호인이 나를 가리켜 말한 '고학력 엘리트 여성'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일 뿐이었다. p.75
불공정함을 바로잡고 약자를 보호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곳이 더없이 세상의 부정과 불의를 함축하고 있었다.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대의 앞에서 다른 모든 것은 사사로움으로 치부됐다. 때로 용기 내어 조직의 문제에 대해 말하면 그저 견디라고 했다. p.81
말할 수 없음. 문제 제기 할 수 없음. 그것이 바로 위력입니다. p.139
이후 알게 된 일이지만,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증언해줄 사람을 찾는 게 너무나 힘겨운 일이라고 들었다. 대부분 복잡한 일에 얽히길 원하지 않았다. p.152
가해자의 가족, 특히 아내들은 적극적으로 2차 가해에 동참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오직 가족과 관련해서 의리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여성의 명예와 평판은 여전히 정상가족을 잘 유지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P.170
피해자가 재판 중에 밝은 색깔 옷을 입으면 또 구설수에 오를까 봐 검정 옷, 어두운 색 옷만 입고 다녔다. 위아래 옷에 마스크까지 검정색이었다.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세상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 p.217
그들이 말하는 '가짜 미투'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 한국 사회에서 누가 대체 성폭력을 당했다며 제 인생을 그렇게 해체하면서까지 강간 경험을 내놓을까? p.271
성폭력이 신체와 정신에 가하는 살인이라면, 2차 가해는 현재의 삶, 과거와 미래, 자아, 인격에 대한 살인이었다. 성폭력이 비공개 살인이라면, 2차 가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칼로 난도질하는 살인 같았다. p.275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영부인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시 한번 고마워." p.279
죽으려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주검으로 돌아온 나를 보고 가슴 찢어질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 죽음에 안도할 사람들을 떠올렸다. 내가 죽으면 진실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죽는다고 재판은 끝나지 않는다. 죽을 수 없었다.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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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 미뤄 두었다가, 서울시장 자살 후 빡쳐서 읽은 책.
용기를 내어 고발하고 이런 책까지 내준 김지은 씨한테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본문 속 말처럼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영부인이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서울시장 자살 후 읽었던 글 중에는 <시사인>에서 진행한 정춘숙 의원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밑줄 친 부분도 많았는데, 그 책자를 찾을 수 없어서 링크(여성운동 동지가 박원순을 보내는 방법)만.
"저는 그 생각을 버린 지가 아주 오래됐어요. '그 사람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 20년 넘게 여성의전화에 있으면서 '절대 그럴 리 없는' 사람이 그러는 걸 너무 많이 봤고, 그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 수 없어서 벌이는 이상한 일들도 너무 많이 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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