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 문학동네 | 2020
집착을 버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실 무언가를 많이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아무튼 행복한 일 아닌가. p.46
"기분 탓이야." 이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기분'을 좀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뜻일 터다. 하지만 나는 기분만큼 믿을 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피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p.52
뭐랄까, 나는 삶이란 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더 외로워질 것도 각오해야 한다. p.120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가치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p.153
모두에게 확실한 것은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슬퍼지지 않기는 매우 어렵다. 어쩌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것이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잊기 위핸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진 딱 그만큼의 희망을 어떻게든 상상해내야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184
나는 나이나 세대는 결국 문화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십대와 사십대는 마치 아프리카와 아시아처럼 다른 문화권인 것이다. 다른 문화권에 이사를 왔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