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33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마스크 잘 끼고 다니며 적당히 거리 두고, 개인 위생 철저히 하면 백신이 나올 때까지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예전의 평온한 일상을 이어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 거리 두기의 강도를 높여야 하는 시기가 왔다.
1년 넘게 진행한 프로젝트의 최종 마감이 8월 중순이었던 터라, 최종 마감과 함께 장마도 끝나니 친구들도 만나고 본가에도 다녀오려고 했던 계획이 한순간에 파사삭. 동거인은 8월 20일부터 재택에 들어갔고,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계속 재택이 연장되어 지금까지 재택 중이다. 삼시 세 끼를 같이 먹다 보니 자연스레 식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마켓컬리 등급도 덩달아 라벤더로 격상되었다. 그래도 배달 음식은 최대한 자제하며 잘 버티는 중.
#낙성대 나들이
7월 말에 갔던 낙성대 스페인 음식점. 몇 년 전에 친구 생파로 갔던 곳인데, 여기 사는 동기가 초대해서 또 갔다. 낮맥 마시면서 여유로운 망중한을 즐기고.
동기가 꼭 7월이 가기 전에 와야 한다고 했던 강조했던 이유는 바로바로 월간상회 때문. 매달 다른 디저트가 제공되는 콘셉트라 꼭 7월 디저트를 먹어 봐야 한단다. 스페인 음식 먹고 동기 자취방으로 자리를 옮겨 디저트 뇸뇸(레토르풍 밥상이 시강). 초당옥수수 디저트의 무스에서는 찰옥수수 아이스크림 맛이 났다.
#물뛴다
낙성대 다녀오던 날, 대학 동기가 갑자기 연락해 충정로에서 급 벙개. 가 보고 싶은데 주말 휴무라 못 갔던 물뛴다에 갔다(네이밍 센스부터 넘나 취저). 막걸리에 김치부침개 하나 시켜서 먹으며 밀린 수다ㄱㄱ 불과 7월 말의 일인데 까마득한 옛날 같다. 이날 이후로 외식은 한 번도 안 함ㅠ
#장마가 지나가고
긴긴 장마가 지나간 후 만난 햇살.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할 거라던 올여름은 기록적인 장마와 함께 끝나 가는 듯하다.
집이 3층이라 너무 답답할까 봐 걱정했는데, 파란 하늘은 잘 안 보이는 대신 푸르른 나무가 옆에 있어서 좋다. 요즘 같은 때엔 엘베 이용하지 않고 후루룩 나가고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인 듯. 수종은 모르지만 봄에는 예쁜 꽃이 피고, 가을엔 멋진 단풍이 드는 나무였으면.
#와린이
와인렉 장만. 와인셀러를 사고 싶지만 와린이에게는 사치가 아닌가 싶어 이케아 와인렉으로 샀다. 그러고 보니 이케아 물건은 처음 써 보는 듯. 구석 자리에 있어 눈에 띌 일이 없기도 하고 가격 생각하면 이 정도로 만족. 지금은 위에 있는 로제 와인 한 병을 비웠고, 와인 구독으로 받은 그리스 와인을 하나 채워 넣었다.
#프로 집콕러
프리 7년 차이자 프로 집콕러 생활 7년차인 나는 집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일하는 게 일상인데, 동거인은 집에만 있는 나를 가엾이(?) 여기고 퇴근길에 이런 것들을 사 온다ㅋㅋㅋㅋ 왼쪽은 보일링팟 밀크티, 오른쪽은 현선이네(본점 강조-_-) 떡볶이. 밀크티는 한 번에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서 반씩 나눠 먹고, 현선이네 떡볶이는 순대 1인분에 반반 떡볶이 1인분 포장하면 두 끼 먹기 딱 좋다.
#라라관마트
라라관마트에서 마파두부 밀키트 주문해서 도전. 굴소스 넣고 볶음밥 해서 마파두부 국물에 쓱쓱 비벼 먹으면 넘나 맛있고요... 두부가 특히 보들보들해서 더 맛있다. 같이 주문한 고추기름도 애용 중.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진짜 무조건 단골인데, 내겐 너무나 먼 부산ㅠㅠ
오랜만에 쑤러우가 올라와서 한 번 더 주문했던 날. 마라 초심자인 동거인을 위해 쑤러우는 찍먹으로 준비했으나 나중엔 둘 다 부먹으로 먹었다ㅋㅋㅋㅋ 동거인은 볶음밥에 마라두부를 얹어 비벼 먹는 수준까지 성장했으나, 아직 산초가루까지는 무리인 듯.
마라맛에 취해 맛있게 먹다가도 '아, 중국은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한숨이 푹푹 나오는 코로나19 시대의 일상.
#구독의 시대
얼마 전에 구독 중인 서비스 소개하는 트윗이 돌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구독하고 있느냐면...
넷플릭스, 유튜브, 드롭박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도비 포토샵+라룸, 와인(라꾸쁘), 책(리브레리아Q), 전기가오리, 시사인, 폴인, 마켓컬리 컬리패스, 송성봉 커피 원두 -
기억나는 건 이 정도. 빠진 게 한두 개 있을지도. 왓챠는 동거인이 결제해서 같이 이용 중이고, 리디셀렉트는 얼마 전에 신청해서 아직 무료 이용 기간이다. 이북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해서 계속 구독할지는 아직 모르겠고, 이번 달만 구독하는 것으로는 봉현 작가의 그림. 커피머신 살 때 서비스로 받은 원두를 다 먹어서 커피 구독도 시작했다. 우선 송성봉 커피로 1주일에 200g씩 5주 선결제했고, 다음 달엔 프릳츠 커피에서 주문할까 생각 중. 여기저기 주문해 보다가 한군데 정착하지 않을까 싶다.
혼밥하던 시절에는 넷플릭스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그리고 베를린에서> 추천추천) 요즘은 동거인이랑 같이 먹느라 잠시 쉬고 있다.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쓰는 아이디라 내가 안 보고 있을 때도 딱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는 게 넷플릭스의 장점. 유튜브는 엄청 많이 보진 않지만, 광고 보다가 스킵하는 게 은근히 귀찮아서 계속 프리미엄으로 이용 중. 벗어날 수가 없숴.
술 구독은 원래 전통주 구독을 알아보다가, 한 달에 여러 병 오는 구성이라 소진이 힘들 것 같아 와인 구독으로 선회했다. 와인 구독도 서비스가 많아 여기저기 꼼꼼히 비교해 보다가 라꾸쁘로 결정. 친환경 포장재를 이용한다는 점, 여성 CEO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8월에 첫 와인을 받았다.
책 처방 서비스가 많아진 요즘이지만 책은 끌리는 것으로 읽자는 주의라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책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게 된 건 전적으로 서점원Q 님의 내공을 신뢰하기 때문. 콰르텟 님의 블로그를 구독하면서 책 생활을 지켜본 팬으로서 책방을 창업하셨다는 반가운 소식에 얼른 구독을 신청했다. 8월에 첫 책을 받았고 9월엔 정기구독 창이 열려 6개월 정기구독을 신청한 상태. 베스트셀러나 신간은 제외하고,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서점원이 추천하는 책으로 보내신다고 한다. 오프라인 책방도 가 보고 싶지만, 뚜벅이로서는 아직 무리다...
전기가오리는 공지 메일 기준 2017년 3월부터 후원(구독)한 것 같은데 그 전부터인지 잘 모르겠다. 책도 잘 안 읽고 영어공부도 안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에 덩달아 뿌듯해진다. 요즘 계속 밀리고 있는 시사인은 구독 기간이 끝나면 연장은 안 할 것 같다. 여전히 좋은 기사도 있지만, 읽을 거리가 많아 자꾸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폴인은 북저널리즘 구독 중단하고(글이 길어서 단행본으로 읽는 게 더 편하다ㅠ), 잠시 쉬다가 신청했다. 여기도 까딱하면 단 한 편도 안 읽고 지나가는 달이 많을 것 같은데 완독률 높은 글을 정리해서 보내 주기 때문에 최소한 그것 정도는 읽지 않을까 싶다. 이벤트 기간에 신청해서 페이퍼도 무료로 보내 준다기에 기대 중이다.
컬리패스는 돈이 빠져나가는 날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구독 중 하나인데, 포장재만 조금 간소화되었으면. 장바구니에 세 개 넣었는데 냉장/냉동/상온으로 세 박스 온다고 뜨면 눈물을 머금고 한 개 뺄 때가 많다. 이마트 새벽배송처럼 알비백에 넣어 주는 시스템 같은 거 간절하다... 8월에는 현대식품관 새벽배송도 한 번 이용해 보았는데, 요기도 괜찮은 제품이 많은 것 같아 눈여겨보고 있다.
이상 2020년 9월 현재 구독 중인 서비스.
#최종 마감
작년 6월부터 1년 넘게 번역한 프로젝트를 드디어 마감했다. 마감날 동거인이 사 준 꽃.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아서 많이 업로드 해도 더더더더 달라고, 어서 완결을 내놓으라고 보채는 구독자들 때문에 마음고생도 꽤 했지만, 뒤로 갈수록 선플도 많이 달리고 마무리도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 좋은 기억이 더 많았던 작품이다. 오타 하나에도 돈 받고 하는 일인데 프로정신이 없다며 악플 다는 사람도 있지만(그런 악플에도 오타는 있더라??), 좋은 번역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었다며 고맙다고 선플 달아 주는 독자가 훨씬 많아 버틸 수 있었다. 시간 날 때 선플 정리해서 엑셀 파일로 만들어 놓고 싶은 심정도ㅋㅋㅋㅋㅋ 자존감 떨어질 때 읽으면 힘이 샘솟을 것 같아:)
#페디큐어_초록초록
마감 앞두고 페디 받은 페디. 이달의 아트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그냥 컬러 변경만 했다. 여름이라 초록초록 싱그러운 색으로. 집에 카키색 슬리퍼가 많아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나, 동거인은 왜 국방색으로 했냐고.......??
#중드
오랜만에 푹 빠져 보고 있는 중드가 생겼다. 아이치이 어플에서도 볼 수 있지만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 usb에 넣어서 봄ㅋㅋㅋ 내 방에 있던 티비는 폴더 제목 간체자로 넣으면 깨졌는데, 새로 산 티비는 안 깨져서 감동.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가격이 10배쯤 차이 나니까 뭐...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시작했다가 1회 초반부를 보고 띠로리~ 이것은 꼭 봐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재택의 나날들
작업실에서 나란히 앉아 각자 열심히 일하는 건 꿈같은 얘기고ㅋㅋ 동거인이 하루 만에 노트북을 들고 식탁으로 옮겨 갔다.
커피 외엔 따로 간식을 안 먹는 나와는 달리 동거인은 점심과 저녁 사이에 꼭 간식을 먹어 줘야 하는 사람인지라 동거인의 재택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내가 살이 찌고 있다ㅜㅠ 하루는 간식이라며 바나나를 썰어 왔는데 칼질이 하도 어설퍼서 빵칼로 썬 줄 알았... 근데 과도였다는 반전ㅋㅋㅋㅋ 우리 집에 과도는 하나뿐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바이러스는 넘고 인권은 못 넘는 경계, 콜센터
상담사의 몸은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위태로운 존재가 되고 나서야 겨우 주목을 받았다. 소위 '생물학적 시민권(biological citizenship)'인 셈이다. 존재 자체로 의미를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병이 깃든 생명체로서만 그 의미가 채워지는 존재 말이다. 즉 건강한 상담사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담사가 시민에 가까운 현실이다.
콜센터 산업이 과거 공장의 대치라면, 여성 상담사는 여공을 대신하는 노동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공순이'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름만 변했을 뿐, 쉽게 뽑고(학력 및 자격조건 낮음), 쓰고 버려지는(비정규직 하청 직원) 존재이니 말이다. 그 둘의 공통점은 자연스러운 노동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일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 증거가 '타이밍(수면 주기 극복)'과 '담배(감정의 한계 극복)'라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콜 연결에 대해 한 상담사는 과거 여공처럼 "전화기로 미싱하는 듯하다"고 표현하며 자신을 '콜공장'에서 일하는 '콜순이'로 불렀다.
콜센터는 특별한 경력이 없거나 단절된 여성에게 '면접 기회라도' 주어지는 '마지막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다른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콜센터에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창작과 비평> 188호(2020년 여름호)
화제가 된 글이라 창비 188호를 전자책으로 결제해 이 편만 읽어 보았다. 이것이 정녕 21세기 노동 환경이 맞는지 너무나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글.
하,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포스팅의 반 이상이 동거인 이야기인 듯... 본투비 집순이인 나도 가끔은 외출하고 친구도 만나고 싶지만, 먼저 연락하기도 조심스러운 하루하루. 추석 연휴 무사히 넘기고, 가을엔 확진자도 좀 잦아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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