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말하기
말하기를 말하기 | 김하나 | 콜라주 | 2020
성우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즈pause' 즉 '잠깐 멈춤'의 중요성이었다. 말의 매력과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이 '잠깐 멈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너무도 중요한 기술이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그에 대해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말을 매력적으로, 힘있게 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말을 끊고 다시 이어가는지를 관찰해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p.36
강연의 말하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긴장하지 않는 편안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물론 강연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잘 준비해놓고 긴장해서 강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1. 못해도 괜찮다 2. 안 들으면 니 손해(학 마!) 3. 다 좆밥이다 4. 유명인도 아무 말을 한다 등등을 새기며 긴장을 풀어보자. p.91~92
나는 '하면 된다'는 말은 싫어하지만 '하면 는다'는 말은 좋아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일단 해보면 조금은 늘 것이다. 그리고 해봐야만 '아, 이 분야는 나랑 정말 안 맞는구나' 하고 판단이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p.94
95% 정도는 정확하고 아름답고 재치 있는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반듯하기만 한 말보다는 구어나 속어를 5% 정도 섞어 쓸 때 대화 분위기는 더 편안하고 유쾌해진다. 다만 이런 추임새에서도 소수자들을 소외시키는 말이나 성, 인종 차별적 발언 등을 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p.99
동거생활에 혜안이 있는 사람들은 '손해보든 듯 살아라'라고 충고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집안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한 몫이 더 커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내가 조금 손해보는 듯해야 비로소 각자의 기여도가 비슷해질 확률이 커진다. 이렇게 자기 객관화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스스로의 좌표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다른 이들과 협력할 때 정확한 조율이 가능하다. p.101
나는 그럴 때가 참 즐겁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에너지를 쓸 때가.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부분에 조명을 비추어 알므다움이 환하게 드러나 보이도록 하는 게 카피라이터 출신인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칭찬거리를 구체적으로 찾아내 정확하게 칭찬하는 일. p.130
동작은 하고 또 하면 숙달되지만 말은 능숙해지기를 경계할수록 좋은 듯하다. 그게 선생님들이 말했던 '쪼가 생기면 안 좋다'는 말의 뜻인 것 같다. 비슷한 말을 하더라도 흐트러지거나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말이 제 알아서 나오지 않도록, 매번 처음 전하는 말처럼 정성을 기울여야겠다. p.154
관계를 정말로 존중한다면 그에 들여야 하는 노력은 예의를 갖춰 정확히 말하려는 노력이지, 참고 또 참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 전자는 느슨해진 나사를 조이고 기름을 쳐서 관계가 오래가게끔 정비하는 것이고, 후자는 쉽게 나올 수도 있었던 상처들을 덮고 덮어 곪게 하는 것이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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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재미있게 읽는 김하나 작가님 책! 술술 읽히면서도 유익한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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