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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나의 가해자들에게

  • 2020.02.1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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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씨리얼 | 알에이치코리아 | 2019

 

출연자 10명을 포함한 402명의 응답자 중 96퍼센트가 그때의 기억이 현재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소외를 경험한 이들 대부분이 무너졌던 존엄성이 회복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함께. 그렇다면 우리는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사실 왕따였어."

하지만 이렇게 내뱉는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고, 패배자 혹은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힐 걸 안다. 그런 말을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이유다. p.13

 

커 가면서 이런 게 얄미웠어요. 가해를 했던 애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요. 어떤 애들은 잘 안 풀리는데, 그러면 뭐 좋은 마음이 들진 않아도 최고한 화는 덜 나요. 근데 너무 잘 풀린 애들을 많이 봤어요. 누가 들어도 알 만한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애도 있고, 굉장히 좋은 친구로 평판이 나는 애도 있고. 허탈해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저지른 사람은 없고 당한 사람만 있구나, 결국에는. 그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어요. p.50~51

 

제일 듣기 싫은 게 "어릴 때 일인데, 뭐. 장난이었지.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 이거랑 "그때는 상황상 어쩔 수가 없었어." p.53

 

상황은 정말 어쩔 수 없죠. 다들 속한 무리가 있고, 그 무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실상 그 아이도 왕따가 되는 거니까요. 그게 두려운 것도 알겠고.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으면 친구를 위해 나설 수 있었을까,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p.54

 

가정폭력이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거든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가정에서 폭력을 당하다 보면 학교에서도 위축이 되거든요, 스스로. 그런 위축된 상태가 모든 순간에 쭉 이어지느 것 같아요.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고 스트레스받고 집에 오면 집에서 스트레스받고 폭력을 당하고, 이게 하나의 사이클이 되어 계속 돌아가는 거죠. p.138

 

방관자. 오히려 가해자에 더 가깝고, 심지어 가해자보다 더 미웠어요. 자기들은 "나는 모르는 일이야" 또는 "가해를 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라는 식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거거든요. 더 밉죠. 어떻게 보면. p.175~176

 

외면했던 것... 외면했던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죠. 자기는 나쁜 사람 되기 싫은 거예요. 내가 안 했으니까. 내가 안 때렸으니까. 내가 욕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왕따시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자기는 전혀 그런 것과 상관없는 사람으로 남으려고 하는 거죠. 사실 그게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었어요. p.177

 

어떤 댓글은 "왕따에게는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번에 "왕따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피해자가 되는 것을 정당화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 모두들 그렇게 말해 왔다는 것이 참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p.251~252

 

 

-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었는데도 많이 마음 아팠던 책. 때로는 방관자였던 학창 시절의 나를 떠올리기도 했고, 당시 왕따를 당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디에서든 잘 살고 있기를 기도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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