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결혼을 하고 싶은 건데 이게 다 무슨 일이래요

단지 결혼을 하고 싶은 건데 이게 다 무슨 일이래요 | 서양수 | 달 | 2019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듣고 나면 소화가 잘 안 되는 말. 그러면서도 계속 들어야 했던 그 말. 바로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것'이다. 폐백은 '원래' 이렇게 드려야 하며, 예단은 '원래' 이렇게 준비해야 하는 것, 이부분은 '원래' 부모님께 맡겨야 하며, 상대방 부모님께는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대체 그놈의 '원래'의 시작은 어디일까. p.13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짜 놀라운 점 하나가 있다. 바로 이 어려운 일들을 묵묵히 해내며 결국은 결혼을 하는 커플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주말에 예식장으로 교회로 그리고 호텔로 달려가보면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커플들이 바로 살아 숨쉬는 증거(!)들이다. p.113

'특별한' 결혼식을 위해서는 '예산'을 많이 써서 플래너의 준비력을 빌리면 '시간'을 벌 수 있다. '예산'을 많이 쓰고 싶지 않을 경우, '시간'을 투자해 노력한다면 '특별한' 결혼식을 위한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날지도 모르겠다. '예산'도 '시간'도 쏟아붓기 싫다면 간단하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무난한 결혼식을 준비하면 된다. 특별히 거부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이번 주말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커플들이 그렇게 남들과 같은 결혼식을 할 것이고, 또 자신들만의 무한한 행복의 꽃을 만개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p.175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괴로웠던 건 바로 관습과 싸우는 일이었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프레임 말이다. 이러한 맹목의 덫에 잘못 걸리면 결혼의 의미를 따지기도 전에 결혼의 본질에서 슝 하고 멀어져버리기 일쑤였다. 정작 결혼의 주인공들은 소외되며 눈과 귀가 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우린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허례와 허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러면서도 우리만의 의미와 재미를 찾기 위해.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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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는 결혼을 할 것 같다. 그 말인즉 '원래' 이렇게 하는 수많은 '관례'와 싸워 나가야 한다는 것ㅋㅋ

결혼식에 로망이 없기 때문에 마음 같아선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 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식은 올려야 할 것 같은데(여기서부터 한숨ㅠㅠ), 식장 잡기도 전에 벌써부터 피곤해지는 마음이다. 

'공장식 결혼'을 싫어하지만 막상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지도 않다. 결혼식 자체보다는 앞으로 둘이 잘사는 게 더 중요하니까.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건 끝까지 고집하고, 괜히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적당히 타협하면서 인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