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은 아니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만 | 홍화정 | 휴머니스트 | 2019

제 탓과 제 탓이 아닌 것을 잘 분류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살아감의 무게가 너무 무겁지 않게요. p.56

내년 소망을 생각하다가 가장 먼저 내년엔 돈을 잘 벌고 싶다는 문장을 떠올렸다. 돈을 잘 벌게 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불안함이 늘 문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전혀 위안이 되질 않는다. 내 불안은 내 불안인걸. 내년은 또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걸까. p.94

요즘은 '나 자신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가혹한 구석으로 몰아가지 않는 것.

자신에게 건조하지만 따뜻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p.131

나는 무의식중에 그림으로 돈을 버는 일을 고결하게 느꼈던 것 같다. 작가, 예술, 그림... 그런 것들을 너무 신성하게 여겼다고 해야 할까. 요즘은 그림 그리는 건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일을 해서 돈을 벌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결함이고 신성함이고 뭐고, 그냥 열심히 해서 돈을 벌면 그 돈으로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그럼 됐다는 것이다. p.135

쓰고 있는 바디워시가 남아 있는데도 굳이 다른 향의 바디워시를 하나 더 산다든지, 얇은 그림책을 그 어떤 두꺼운 책보다 더 비싼 가격을 치르고 산다든지. 어떤 의미를 알게 되면, 그 물건의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가치를 안다는 것은 그런 거겠지. p.138

들어오는 일들을 곧바로 나의 능력으로 직결시키지 않아야겠다. 일이 많이 들어오면 내가 능력 있나 보다 우쭐해지고,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나는 무능력한 인간이 아닐가, 내 그림이 뒤처진 건 아닐까 곧바로 우울해진다. 일이 많이 들어온다고 내가 능력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 들어오는 일을 그저 돈으로만 보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 그런 것들을 잊지 않아야겠다. p.168

게으른 나도 지지해주는 것, 초조해하지 않는 것, 망해 봤자 얼마나 더 망하겠냐고 웃어주는 것.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p.187

언니가 해 준 이야기 중에 '오버뷰 이펙트'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그 얘기가 정말 좋았다. 우주에 다녀온 우주비행사들이 지구에 돌아오면 공허함을 느끼고 인생무상함을 느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지구 환경과 인류에 관해 더 관심을 갖고 소중하게 대한다는 얘기였다. 온갖 일이 복작복작 일어나던 지구를 떠나 우주에 다녀오면 돌아온 곳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 그 얘길 듣는데 늘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는 돌아가 더 잘 살아내야지 생각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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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자기만의 방> 시리즈. 그림체도 따뜻하고 같은 프리랜서로서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