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의 충격
웹소설의 충격 | 이이다 이치시 | 선정우 역 | 요다 | 2018
투고*열람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간단하지만 중요한 것은 운영 능력이다. 예를 들어 작품을 '자유롭게' 투고할 수 있더라도 2차 창작을 필두로 하는 권리에 관한 문제, 외설 표현에 관한 법규 등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대응을 사용자와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게 해낼 필요가 있다. p.43
'사람들이 소설에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출판사 직원이나 기성 프로 작가, 문예비평가가 믿어왔던 내용이 실제 독자의 욕망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음을, 웹소설은 증명했다. 왜냐하면 웹소설 작가의 대부분은 프로가 선정하는 소설 신인상을 수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49
소설 투고*열람 플랫폼이란 초보 작가가 수많은 독자에게 지적받으면서 편집자가 없더라도 작가로서 단련될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p.56
웹 화면과 종이책은 딱 맞게 느껴지는 문장의 밀도가 다르다. 덧붙여 말하자면, 똑같은 종이책 소설이더라도 라이트노벨 레이블에서 출간될 때와 일반 문예로 출간될 때 독자가 작품에 기대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p.59
인터넷에 올리는 소설에는 길이 제한이 없다. 그러므로 소설 신인상의 규정에 맞출 수 없는 엄청나게 장대한 스토리를 선호하는 작가는, 인터넷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p.64
인터넷에서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가 가깝고 반응이 빠르다. 즉 작품을 통해 가깝고 빠른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그게 잘되면 성공한 작품은 공감을 모아 '우리의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p.65~66
인터넷에선 '수치가 보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콘텐츠에 출판사들이 쇄도하여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당장 눈앞의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 작품은 앞으로 올라갈 거다", "이 작품은 서적화를 하고 나면 커질 거다", "이 작품은 웹에선 인기가 있지만 종이에선 팔리지 않을 거다"라는 식으로 꿰뚫어보는, 정성定性적인 '감정鑒定' 기술이 앞으로 출판사 편집자에게 점점 필요할 것이다. p.76
리텐션(retention: 유지, 지속)이 안 되면 안 될수록 독자는 떨어져나간다. 리텐션이 잘되면 잘될수록 그 작품을 접하는 일이 습관화된다. 타성에 젖어서라도 접속하게 된다. p.84
'엔딩을 향해 가는 전체 스토리'가 아니라 '연재분을 열람할 때마다 그때그때의 단계를 더 즐긴다'는 감각은 소설 분야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p.88
인간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나뉘어 살기' 마련이다. 웹소설에서도 각 플랫폼마다 인기 있는 작품의 경향은 다르다. 인간은 어떤 장소에 간다면 '다른 곳에서도 입수할 수 있는 것'보다는 '거기에서만 입수할 수 있는 것'을 고르게 된다. 다른 곳에선 읽을 수 없는 것, 다른 곳보다 여기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은 사용자가 모인 결과로 우연찮게 이렇게 되었다는 말이다. p.109
인터넷 플랫폼은 출판사가 잃어버린 R&D 기능을 보완한다. 아날로그적인 '편집자의 감', '서점원의 감'에만 의존하지 않고,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린 작품과 독자의 매칭이 인터넷에서 일어나게 됨에 따라 지금까지는 '과연 팔릴 것인가' 하던 유형의 소설에도 실은 수요가 있었음을 발견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수많은 작가나 독자에게도 행복한 상황이었다. p.180
일본의 웹소설에 '그려져 있지 않은'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면 일본의 대중이 가장 부정하고 비판하는, 혹은 시선을 피하고 싶은 현실이나 사회, 정치가 보인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2010년대를 통틀어 일본에서는 지진이나 쓰나미, 원자력 발전이나 데모 등을 무시하지 못하고 다룰 수밖에 없었던 순문학 작품이 적지 않았다(물론 거기에서 만들어진 걸작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웹소설에서는 거의 언급되는 일이 없었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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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시장이 궁금해서 읽어 봄. 한국 웹소설 시장 분석한 책도 읽고 싶은데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