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역을 누르면 첫 페이지로 이동
새벽의 약속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새벽의 약속

페이지 맨 위로 올라가기

새벽의 약속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맨해튼의 반딧불이

  • 2019.10.20 17:08
  • 冊 - 밑줄

맨해튼의 반딧불이 | 손보미 | 마음산책 | 2019

 

나는 가끔 이런 궁금증이 든다. 그날 밤 왜 우리들은 아무도 제이에게 그런 지적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처음에는 우리들이 이 세상 누군가 한 명쯤은 자신을 한때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고 자신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쾌락을 준 것을 여전히 손에 꼭 쥐고 있기를 바라서일 거라고 추측했었다. 그게 일견 우스꽝스럽거나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녀에게 다른 말을 하지 않은 건, 우리들이 그저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p.59~60

 

이봐요, 때로는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 놔둬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것은 그저 잃어버린 것으로. 마음이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p.99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걸 상시하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고 가져본 적도 없고 심지어 바라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그러한 것들 때문에 상처를 받았었다고,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그런 상실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p.147

 

그녀는 자신의 삶이, 따지고 보면 언제나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져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이라도 결국엔 자신이 원한 일이었다고. 누군가 그걸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해도 그녀는 끝까지 그 생각을 고수할 거라고, 자신의 담낭을 걸고 맹세했다. p.148

 

그녀는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잠들기 전에 이런 상상을 했다. 태풍이 모든 것을 쓸어가버리는 상상. 허리케인 같은 것.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불어왔던 크 허리케인들에 대해 생각했다. 무심하면서 잔인하고, 슬프면서 화가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사는 건 그런 거지. 그녀는 생각했다. 아, 괜찮을 거야. 언젠가 마치 끈 하나를 잡아당기면 엉킨 끈이 풀어지듯이 잘못된 일들이 고쳐질 거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잠들기 위해 눈을 감는 건 생각보다는 언제나 쉬운 일이었다. p.157

 

하지만 나는 그 순간들, 그러니까 내가 누군가의 죽음 때문에 마음 아파했던 그 시간들이 어느 순간, 마치 소나기가 그치고 해가 비치는 것처럼 부지불식간에 내게서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죽음들이 사그라져서 아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도 '다시' 울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p.168

 

죽은 사람드은 죽은 사람들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갈 것이다. 그건 정말 인간에게 내려진 최고의 축복이리라. p.169

 

 

-

쪽수는 마음산책 프리뷰 에디션(경쾌한 에디션) 기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댓글

방문자 정보

이 글 공유하기

  • 구독하기

    구독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톡

  • 라인

    라인

  • 트위터

    트위터

  • Facebook

    Facebook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 밴드

    밴드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 Pocket

    Pocket

  • Evernote

    Evernote

다른 글

  • 쉬운 일은 아니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만

    2019.10.26
  • 웹소설의 충격

    웹소설의 충격

    2019.10.20
  • 잡스 에디터

    잡스 에디터

    2019.10.20
  • 미드 번역을 위한 공부법

    미드 번역을 위한 공부법

    2019.10.20
다른 글 더 둘러보기
  • 최신
    • 1
    • ···
    • 41
    • 42
    • 43
    • 44
    • 45
    • 46
    • 47
    • 48
    • 49
    • ···
    • 248
  • 다음

정보

새벽의 약속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새벽의 약속

  • 새벽의 약속의 첫 페이지로 이동

검색

카테고리

  • 새벽의 약속 (461)
    • 주절주절 (92)
    • 冊 - 밑줄 (248)
    • s n a p s (22)
    • 미디어 (87)
      • 드라마*영화 (43)
      • 캡처*리뷰 (32)
      • 중화권 연예 (12)
    • 스크랩 (11)

정보

토트*의 새벽의 약속

새벽의 약속

토트*
Powered by Tistory / Kakao. © 토트*. Designed by Fraccino.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