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
내가 있는 곳 | 줌파 라히리 | 이승수 옮김 | 2019
나는 나이면서 그렇지 않아요.
떠나지만 늘 이곳에 남아 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지못해 앞으로 떠밀려 가야 하는 느낌이 싫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 나갈 필요가 없다. 눈을 뜨지만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p.29
이 여인은 동행자가 없다. 요양보호사도, 친구도, 남편도 없다. 나 역시 이십 년 뒤 어떠한 이유로 이 여인처럼 병원 대기실에 있게 될 때, 곁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걸 그녀가 눈치챌까 두렵다. p.37
외로움을 즐기는 건 내 전문이 됐다. 훈련의 문제다. 난 외로움을 완벽히 누리려 애쓰지만 그롱 ㅣㄴ해 고통스럽고, 외로움에 익숙해졌더라도 가끔은 혼란스럽다. p.44
외롭고 집에서 나갈 때 불을 끄지 않더라도 혼자 사는 게 좋고 내 시간과 공간의 주인임을 느끼고 싶다고 말한다면, 엄마는 날 못 미더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외로움은 결핍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엄마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나가는 작은 만족들은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나에 대한 엄마의 집착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가 보는 시각에는 관심이 없다. 내게 진짜 외로움을 가르쳐준 것은 바로 이 격차다. p.49~50
"참 시끄럽고 지저분한 곳이군요.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나라에서 살았는데, 도대체 세상에 대해 뭘 배운 걸까? p.88
다른 건 필요 없다. 그가 날 위해 마음 한쪽에 간직해둔 애정이면 충분하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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