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 어크로스 | 2018


사람은 두 번씩 죽는다. 자신의 인생을 정의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때 사회적 죽음이 온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가 더 이상 삶에 협조하기를 거부할 때 육체적 죽음이 온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수명은 전례 없이 연장되고 있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회적 죽음과 육체적 죽음 사이의 길고 긴 연옥 상태다. p.19


그래서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고 나서 함께 보낼 미래의 시간들은 다름 아닌 노화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중략) 이제 오늘 이후로 신랑 신부는 긴 노화의 과정을 호로 겪지 않고, 배우자와 함께 겪게 될 것입니다. 결혼을 통해 유한한 생물체의 고단함과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위로하고 연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p.44~45


상대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일상적인 습관이 중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감정이 아무리 뜨거워도, 그 애정이 따뜻함의 습관을 만들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거꾸로, 일상적으로 따뜻함을 실천하는 습관이 길게 보아 두 사람 간의 애정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47~48


나 / 아이를 낳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 낳는 것이 좋습니까?

子曰(선생님 가라사대) / 모른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고, 겪은 사람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 들 것이다. 다시 태어나서 아이를 낳지 않아보기 전까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아이를 낳는 것은, 대체로, 세상에 뿌리를 내리는 한 방법이다. p.56


기대는 높을수록 충족되기 어렵고, 낮을수록 의외의 만족감이 있다. 최고를 열망했던 미야모토 무사시는 마침내 천하 제일 검객이 된 뒤에 이렇게 중얼거렸다, 기대했던 것보다 기쁘지 않다. p.62


위력이 왕성하게 작동할 때, 위력은 자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위력은 그저 작동한다. 가장 잘 작동할 때는 직접 명령할 필요도 없다. 니코틴이 부족해 보이면, 누군가 알아서 담배를 사러 나간다. p.131


직선제의 단점은 공화국의 상태에 대해 너무 직선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p.152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삶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전적으로 자유와 존엄이 박탈당한 상태에서 시작되지만, 개개인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조율하여 존엄 어린 하나의 사태로 마무리하고자 노력한다. 비록 우리의 탄생은 우연에 의해 씨 뿌려져 태어난 존재일지언정, 우리의 죽음은 그 존재를 돌보고자 한 일생 동안의 지난한 노력이 만들어온 이야기의 결말이다. 스스로를 어찌할 도리 없는 지경에 그저 처박아버리기 위해 일생을 살아온 것이 아니다. p.175


선거가 끝났다는 것은, 자신의 당선이야말로 불행을 끝내고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말들을 당분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오늘날 투표하는 사람들에게 영웅적인 면이 있다면, 그 모든 허황된 약속의 역겨움에도 불구하고 투표장에 가고자 한 결단에 있다. p.187


영민 / 반문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지요. 질문이라는 게 사람을 어느 면에서 좀 숭고하게 만드는 게 있는데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p.306


영민 / 저는 재미없는 글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굉장히 폭넓은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지루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봅니다.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엔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p.307


민정 / 혹시 운동권이셨나요?

영민 / 운동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운동권이라는 오해를 받은 적은 있습니다. 제가 쓴 글을 보고 누군가 너 빨갱이구나, 그런 적이 있어요. 너무 미안했죠. 빨갱이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p.311


<신동아> 송화선 기자 인터뷰 

김 교수는 찰나의 행복보다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고 했다.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 같은 '소소한' 근심을 누리는 건, 그것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p.335


Q. 지금 정치가들이 유념해야 할 정치사상이나 귀감이 될 만한 사상가를 추천해줄 수 있나.

A. "세상에 그렇게 딱 정해진, 기성복처럼 우리가 입기만 하면 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마치 그런 게 잇는 것처럼 주장하면 그 사람을 의심해보라고 원하고 싶다.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많은 책을 잃고 다양한 참고체계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p.337


Q. 그렇게 책을 읽고 만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이 극장을 찾으면 세상이 좀 더 좋아질까.

A. "적어도 각자의 삶은 좀 더 즐거워질 것이다. 아니, 즐겁다기보다는 풍요로워진다는 표현이 맞겠다. 적어도 내 삶은 좀 더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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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은 에세이.

직접 번역 중이신 저서 <중국정치사상사>도 읽어 보고 싶다. 교수님이 번역하시는 <논어>도 궁금!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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