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쾌락독서 | 문유식 | 문학동네 | 2018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어딘가 한 군데씩은 고장난 사람들이다. 고장의 원인은 다양하다. 타고난 괴팍한 성품이거나, 잘난 형제에 대한 열등감이거나, 어릴 적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한결같은 사매에 대한 사모의 마음이거나, 벗에 대한 지키기 힘든 맹세이거나, 부모의 원한이거나. 현실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난 일은 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김용이 그리는 인물들은 한순간의 약속, 한순간의 정에 어리석을 만큼 평생을 건다. p.116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담집이나 수상 소감, 드물게 있는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인터뷰 등을 읽어보면 너무 오래 골방 속에 있다가 뒤늦게 인간 사회라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늦깍이 대학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p.139


인정욕구와 결부되지 않은 표현 욕구란 없다. 다른 점이라면 그걸 어느 정도로 노골적으로 하느냐, 세련되게 감추며 하느냐가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자기가 지금 잘난 척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는 있느냐,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바보냐 정도일 것이다. p.183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p.195


나는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또는 틀렸어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노하는 대상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p.219


나는 알파고 이후 쏟아진 온갖 요란한 기사들보다 '멍때리기 대회' 기사가 더 혁명적인 함의가 있다고 느꼈다. '미래에 우리는 무슨 일을 하지?'라는 질문만 하지 말고 '그런데 우리는 꼭 일을 해야 되나? 그런데 일이라는 게 뭐지?'라는 질문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왜 기계에게 일을 빼앗기는 상상만 할 뿐 기계에게 일을 시키고 우리는 노는 상상은 하지 못할까. p.228


세상은 원리적으로 불공평하지만, 고통만큼은 냉정할 만큼 평등하게 개개인의 삶을 찾아온다. 그걸 감히 위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건 단지 아무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일 뿐이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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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소설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 너무나 정확하다. 하루키에 대한 인물평도!ㅎㅎ


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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