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옥상에서 만나요 | 정세랑 | 창비 | 2018


"몰라, 내가 촌스러운 환상이 있나봐. 나도 좀 해보고 싫어하든가 할게. 동거도 좋고, 시스템 안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일단 외치고 싶어. 우리 둘이 계속 함께하기로 정했다고, 그 결정으로 우리 둘이 고립되는 게 아니라 연결망 속에 놓이고 싶고."

(중략) "내가 내 특권을 못 봤네. 결혼제도가 산산이 무너져내리고 교체되길 바랐는데... 언젠가 결혼이, 아무도 안 해도 되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그런 게 되면 좀 다를 수 있겠다. 미안해." p.21


어두워. 사랑은 어두워. 가족이 된다는 건 어두워. 어두운 면은 항상 있어. 아이를 낳으면 설마 그 아이의 죽음까지 두려워하게 되는 것일까? 여자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누운 채로 늘어날 두려움을 헤아려보았다. p.33


너도 힘들구나, 그게 우리 관계의 바탕인 것 같아. p.47


억눌리지도 뒤틀리지도 않은 사람이 집요하기란 쉽지 않아, 그치? p.56


어쨌든 우리는 민감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감정적이 되기보다는 조용히 각자 부끄러워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우리 세대가 주도권을 잡았을 때 이 모든 일들이 나아질까 확신하지 못했다. 같은 나이라도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84


따지고 보면 백 퍼센트 도피 아닌 결혼이 어딨겠어? 여자들에겐 언제나 도망치고 싶은 대상이 있는걸.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도. 복받치게 억울했지. p.105


난민을 만들어내는 나라가 아니라 난민을 받아주는 나라라고 말할 때 나는 오랜만에 약간의 자부심을 느꼈다. p.186


애가 안 생겼던 게 천만 다행이다, 애가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 하고 지원은 이재의 이혼 소식을 듣고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그런 말들을 입 밖으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p.213


"그냥, 결혼이 부동산으로 유지되는 거란 생각을 했어.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금액의 집을 사고, 같이 갚으면서 유지되었을 뿐인 게 아닐까." p.222


(해설) 가만 보면 싱글로도 커플로도 살기는 녹록하지 않다. 둘 중 어느 쪽을 고른다 해도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삶의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다. p.257


(작가의 말) 호응만 있었던 건 아니고 문학계 안쪽에서는 이런 건 소설이 아니라고 혹평도 많이들 하셨다. 그런 혹평에 특별히 상처를 받진 않았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좀 도발하고 긁고 거슬리게 해야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내겐 소설가가 소설이라고 여기고 썼으면 다 소설이라는 확신이 있다. p.271


(작가의 말) 과거의 공기를 열심히 재현한 다음, 있었을 법한 옛날 사람들을 그 안에서 살아나가게 하는 이야기를 자주 쓰고 싶다. 역사는 항상 내 믿는 구석이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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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는 전에 인터넷에서 읽었을 때 밑줄 친 부분과 겹치는 게 많아 그 부분은 제외.

목소리가 또랑또랑한 정세랑 작가님은 예전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에서 처음 듣고 팬이 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소설들을 많이 써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다.

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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