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 와카타케 치사코 | 정수윤 | 토마토출판사 | 2018


아이 적엔 어려서 멀 몰랐지만, 암긋두 못 하게 된 할멍인 얼마나 외루웠을까.

똑같네. 인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만 외롭구, 나만 불안한 기 아이야. 마커 똑같다. 세상사 돌고 도는 기구나. 할멍이하구 나는 70년 차이 나는 길동무구나. p.23


그동안 모모코 씨는 늙음은 읽는 것,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앎과 경험이 쌓여 가는 게 늙음이라는 생각이 모모코 씨에게 약간의 희망이 된다. p.31


인간의 감정에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있다고, 모모코 씨는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은 그 에너지로 인해 튕겨 나가는 팽이처럼 회전하기 마련이다. p.49


애초에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부모고, 자식인가. 부모 자식 하면 아이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걷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인생은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난 뒤가 훨씬 더 길다. 옛날 부모들은 막내가 성인이 될 무렵 세상을 떠났다지만, 요즘 부모는 자신이 늙는 건 물론이요 자식이 늙는 것마저 본다. 그렇게 긴 세월이다 보니 언제까지고 부모 자식에 구애받지는 않게 됐다. 어느 한 시기를 함께 보내다 이윽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져 헤어진다.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p.52


모모코 씨는 깨닫는다. 외로움이란 얇은 종이를 벗겨 내듯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해소되는 것이구나. 세월이 약이니까 언젠가는 잠잠해지겠지. 그렇게 어물어물 얼버무리며 어떻게든 극복했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부터 또다시 도지는 통증. 아아 이건 평생 안고 갈 통증이야, 도망칠 수 읎아. p.58


남에게는 의미도 없고 쓸모없게 여겨지는 일이라도 그것에 푹 빠져 몰두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정말 행복해진다는 사실도 터득했다. p.65


결혼이라는 형태는 벌써 사라지고 있는 건지두 몰라.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는 게 기본이라구 생각해. 거기에 느슨하게 이어진 인간과녜가 있는 거지. p.96~97


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고 평소 호언장담해 왔다. 하지만 한걸음 앞으로 다가온 쇠약함은 두렵다.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게 죽음보다 더 무려워, 라고 모모코 씨는 생각한다. 도미노 무너지듯 나쁜 쪽으로만 쏠려 간다. 늙는다는 건, 패배를 인정하는 전투가 아닐까. p.99


늙음이라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아닌가. 나이를 먹었으면 응당 이렇게 처신해야지, 라고 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인간을 늙게 만든다. p.144


죽음이 존재한다면, 견디기 힘든 상실의 아픔도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이 세상은 사실 슬픔으로 가득하다. 모른다는 말은 하지 말기를. 상실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 충분히 맛보게 될 테니.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누구 한 사람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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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가정주부로 살다가 55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 63세에 문예상을 받은 작가의 이력에 눈길이 간다. 응원합니다.


02. 소설 전반에 걸쳐 사투리가 등장한다. 도호쿠 사투리를 강원도 말투로 옮겼다.

역자 후기를 읽어 보니 도호쿠 사투리는 일본 사람도 독해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을 여행하다가 알게 된 '다자이 오사무 피난의 집' 주인이 마침 도호쿠 출신이라

도호쿠 사투리를 표준어로 옮기는 일을 흔쾌히 도와줬다고.

그렇게 옮긴 일본어 표준어를 다시 한국어 사투리로 옮기는 과정에는 강원도 할머니의 도움도 들어갔다.


번역서에 사투리가 들어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내용상 사투리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후기를 읽으니 그 노고가 느껴져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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