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영어공부

나의 사적인 영어공부 | 이지민 | 탐탐일가 | 2018


'공부'라는 단어는 사실 언어에 썩 어울리는 어휘가 아닙니다. 언어는 익히는 거지 공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언어를 익히는 이유는 딱 하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미약하게나마 해당 언어로 표현하거나 이해하고 싶어서입니다. 여기서 방점이 찍혀야 하는 곳은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이해하고 싶은 말'입니다. 나와는 다른 말을 쓰는 상대와 말이나 글로 의사소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언어를 익히는 이유입니다.


말보다는 글을 좋아해 글로 언어를 익히는 게 즐거운 사람도 있겠죠. 그런 이들은 영어로 쓴 글로 소통하면 됩니다. 말만 소통의 수단은 아니죠. 영어로 원서 읽는 게 그저 즐거울 뿐인 사람이 굳이 유창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려고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내 수준보다는 관심사가 반영된 교재로 공유하기를 권유합니다. 영어 공부 방법을 다룬 대부분의 책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재를 고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맞는 얘기이지만 그렇게 해서 초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내가 중심이 되는 표현 위주로 공부해야 합니다. 남들이 정해준 중요한 표현이 아니라 내가 당장 궁금하고 써먹을 수 있는, 혹은 그러고 싶은 표현부터 공부해야 합니다. 남들이 정해준 표현을 외워봤자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 남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나만의 표현 사전을 만들어 보세요.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문장을 분석하며 읽을 것이 아니라 영어 순서대로 읽으며 직독직해를 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한국어 순서대로 해석하려 하지 말고 영어 순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끊어가면서 읽는 것이지요. 읽는 데서 그치지 말고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지금 내 눈앞에 놓인 문장을 한국어로 내뱉으며 다음 문장을 영어로 읽어 내려가는 이 연습은 통대 시절 많이 했던 연습인데 독해의 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단어장의 형식은 내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영영사전의 뜻을 적어 놓아도 되고 해당 예문을 적어도 좋죠(한국어 뜻을 적는 것만 피하면 됩니다). 그 영어 단어를 떠올렸을 때 두리뭉실하고 애매모호한 느낌을 바로 떠올릴 수 있게만 기록해두면 됩니다. 그리고 이 단어장은 부디 가끔씩이라도 복습을 해줘야 하고요.

단어를 공부할 때 유의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단어의 난이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비(diarrhea)나 설사(constipation)는 의학 용어이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내 입으로 소리 낼 수 있도록 발음까지 정확하게 익혀두어야 하지요. 실생활에 필요한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영어를 공부하는 이라면 시중을 장악한 온갖 교재의 늪에서 벗어나 이처럼 영어라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길렀으면 합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과목으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와 동일한 언어라는 연장선상에서 이 언어의 아름다움을 만끽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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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을 쓰신 번역가님의 후속작.

종이책으로 나왔다면 정보가 빨라 진작 알았을 텐데, 이북이라 출간 정보를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읽었다.


요즘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한다. 마감에 쫓길 땐 못 하는 날도 많지만 '틈틈이'라도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일상에서 영어를 쓸 일이 전혀 없고 여행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터라 회화는 도통 쓸 일이 없어서 금방 지쳤는데, 

리딩으로 방향을 틀으니 재미가 쏠쏠하다. 

분명 전에 알던 단어였는데 하도 오래 안 봐서 까맣게 잊고 살다가 다시 만나 반가운 단어도 있고,

대학원 입시 때처럼 시역(sight translation) 연습을 하며 공부하니 오히려 안 보이던 문장 구조가 보이기도 한다.

영어 공부를 향한 이 애정이 부디 오래 가기를!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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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 안녕하세요, 서평 감사해요^^ 책 읽어주신 것도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좋은 책 써 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해요! 후속작도 기대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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