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경애의 마음 | 김금희 | 창비 | 2018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각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p.27


경애는 그런 마음에 대해서 꽤 잘 알았다. 그러니까 현실의 효용 가치로 본다면 애저녁에 버렸어야 했을 물건들을 단지 마음의 부피를 채우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마음을 말이다. p.58


모든 것이 끝났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끝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 p.60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서는, 그렇게 안녕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행운이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야 했고 자라야 했고 먹어야 했고 사고를 피해야 했고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불운을, 불운이라고 말하면 대체 피할 수 있는 건가 싶은데, 적어도 살아 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경애는 알았다. p.62


경애는 비행,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들을 곱씹어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6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어떤 존재의 죽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가. 그런 이유가 어떻게 죽음을 덮고 그것이 지니는 슬픔을 하찮게 만들 수 있는가. p.71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p.176


"여기서는 절대 금방 떠날 사람처럼 굴면 안 돼. 떠나는 사람들한테 사이공은 지쳤거든. 일주일 있더라도 이십 년 있을 것처럼 행동해야 해."

"그런데 자기, 자기 마음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여기서 버티는 줄 알아?"

"내가 한 이삼 일 내로라도 짐 싸서 한 국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 안 그러면 못 버텨." p.218


"한 블럭도 사람 살다보면 한 블럭이 아닐 수 있는 거예요. 일어나서 문밖으로 나오는 일이 무동력 에베레스트 등반 못지않게 힘든 일일 수가 있고요." p.266


사람이 어떤 시기를 통과한다는 것을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그때도 '나아간다'라는 느낌이 가능했던가. '견뎌낸다'라는 느낌만 있지 않았나. p.268


"한번 써본 마음은 남죠. 안 써본 마음이 어렵습니다." p.291


경애를 좀 아는 직원들이 경애가 있다는 것을 더더욱 고역으로 여기며 외면한 채 지나갔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찬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찬 기운은 공격성이나 냉소를 지닌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온도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에는 경애가 그렇게 지났을 거였다. 그건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니고 잔인한 일도 아니었다. p.315


이별이 분노와 실망감, 적의 같은 단일한 감정으로 이루어졌다면 오히려 품고 살아가기가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은 그렇게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순간순간 전혀 반대의 감정이 몸을 부풀려 마음을 채우기에 아픈 것이었다. 경애는 아프다고 생각했다. 아픈 것을 대체할 다른 말은 없었다. p.316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란 자기 자신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라는 것, 자신을 방기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해서 최선을 다해 초라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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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너무나도 따뜻한 소설.


볼펜(흑색)란에 체크하지 않고, 굳이 스테들러 삼각볼펜432, 제브라 사라사 클립펜 0.3mm라고 기입하는 상수 씨 완전 내 스타일. 상수 씨 만나스 문구류 덕톡하고 싶다.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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