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 달 | 2018


항시 나를 가장 오해하기 쉬운 존재는 오히려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를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안다는 그 확신에 찬 전제가 늘 속단과 오해를 부른다는 걸 알기에, 나는 누굴 안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으려 한다. 당연히 상대도 그러지 않기를 가까울수록 더 바라고. 그건 내가 복잡하거나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든 몇 마디 말이나 경험으로 판단되고, 규정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p.34


연애에서, 남자가 잘생기고 돈 많고 몸이 튼튼한 것도 좋지만 학습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야말로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서 나에게나 스스로에게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그런 자세를 변함없이 오래 유지한다면 어찌 사랑의 묘약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p.139


대체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때로 평생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어떨 땐 한쪽이 죽고 나서야 겨우 이뤄지는 수도 있다. 이해라는 건 그만큼 하기도 받기도 어려운, 그래서 더 귀한 것이다. p.195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말이지.'

설명해야 하면 이미 그른 것. p.253


있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어쩌면 풀리지 않는 문제를 푸는 것과도 비슷한 일일지 모르겠어요.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워버려야죠. 받아들여야 해요. p.268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되풀이하며 살아가기 마련인 인생에서, 어느 날엔간 혼자서도 잘 살아갈 거야 하다가, 또 어느 날엔간 그래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아니면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빈자리가 내 안에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될 때, 아무리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때,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람이란 게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버겁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p.268~269


상처는 못나서 받는 게 아니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받는 거야. 그러니 자책은 필요 없어. p.310


털올만큼의 애정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에겐 단 한마디의 거짓말도 할 이유가 없어. 이런 모순이 난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고 슬프지만, 사랑이란 게 그렇더라고. 다시 누군가와 뭔가를 시작하게 되면 우린 서로에게 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될까. p.323


따지고 보면 몸을 씻거나 집안을 치우는 일처럼 허무한 일도 없다. 금방 또 지저분해지고 어질러지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열심히 씻고 부지런히 청소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도 수시로 무너져서 그럴 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우고 또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p.347


우리는 나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닌 특권과 남이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주어진 부당함이 얼마나 있는지 좀더 살피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해란 남의 상처와 공포를 헤아리려는 의지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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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작가의 블로그를 눈팅하는지라 책이 나오기 전부터 오래 기대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인데, '<보통의 존재>를 뛰어넘는 역작이야!'라고 할 정도는 아니어도 여전히 실망시키지 않아 좋다.


더불어 요즘 작가님 블로그를 보다 보면, 나도 빨리 <스카이캐슬> 정주행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ㅋㅋㅋ


3분 만에 100명이 투표를 완료했는데, 뜻밖에도 내가 100명 안에 그 들어갔더라는. 에디터님 편이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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