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 하루카 요코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6


"상대방을 때려눕히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당신이 그 세계에서 미움을 받게 돼요. 그건 효과적인 방책이라고 할 수 없어요. 하루카 씨는 여기서 때려눕히는 방법이 아니라 상대방을 갖고 노는 방법을 배워서 돌아가세요."

"논의의 승패는 당사자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청중이 정하죠. 상대방을 갖고 놀면 승패는 저절로 정해져요. 그 이상으로 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요." p.26


'본능'이야말로 아주 오래전 페미니즘이 탄생한 동기의 근간에 자리한 말이다. '본능.'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답게, 의심스럽게, 수상쩍게, 비열하게, 추악하게 들리는 말인가? 모든 여성의 항의가 이 한 단어 밑에 깔리고 이용당했다. 미시적으로는 가정에서부터 거시적으로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p.53


'난 진짜 바보야.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어. 역시 못 따라가겠어.'

그때 한 학생이 질문했다.

"이 발제문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가요?"

이 차이를 낳는 것이 열등감이다. 이해할 수 없을 때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며 주눅이 들 것인가,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물을 것인가? 이 차이는 크다. 이 차이가 있는 한, 의심은 늘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돌아간다. 이 상태로는 영원히 논쟁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p.61


"잊어버릴 것 같은 문헌의 가치는 딱 그 정도예요. 계속 잊어버리세요. 그러는 중에 기억되는 것만 가치가 있어요." p.65


이미 취사선택된 정보를 보면서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왜?"라고 묻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문제의식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p.103


'학문은 비판'임을 받아들이고, 이를 몸에 익히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간신히 책을 읽고 '그렇구나.' 하고 쉽게 수긍해 버리는 나 자신을 질책하는 한편 '정말로 이 논의가 맞을까?' 하고 질문하는 시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p.110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평범하고 괜찮아 보이는 청년일수록 평범한 상식과 평범한 고정관념에 단단히 매여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평범한 것들이 얼마나 내 삶을 힘들게 했는지를. 이런 의미에서 남자를 고를 때 '평범함'은 결코 좋은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p.141


순진한 데다 선의가 있는 차별주의자는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그들만큼 상대하기 힘든 이들이 없다. p.144


"(돈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굳이 쓰지 않아도 돼. 하지만 급할 때는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 갖고 가라."

학문도 그렇다. 굳이 쓰지 않아도 갖고 있는 편이 더 낫다. 그러니까 공부하는 거다. p.177


"하루카 씨, 여기서 공부한 지 얼마나 됐죠?"

"3년째예요."

"나는 공부한 지 얼마나 됐을까요?"

"30년요."

교수는 소녀처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루카 씨가 나처럼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요!" p.244


우에노 교수는 해마다 자세히 읽기보다는 많이 읽으라고 말한다. 많이 읽으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지식이 늘어난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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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하루카 요코가 대학원에서 우에노 지즈코 교수에게 페미니즘을 배운 내용을 담은 책.

<느낌을 팝니다>를 읽으면서 우에노 지즈코 교수가 좀 도도한 이미지일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수업 시간엔 상상 이상으로 까다로운 교수인 모양이다. 

저자가 악몽에 시달릴 만도 하지ㅋㅋ


최근에 번역한 대본에 수술 안 한다고 고집부리는 어린이를 달래면서 

"수술 안 하면 밖에서 못 뛰어놀고 안에서 여자애들하고만 놀아야 해." 같은 대사를 치길래

하 내가 이런 걸 번역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는데 대본이 수정되면서 그 대사가 바뀌었다. 

누가 그 대사의 여혐 요소를 짚어준 것일까?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는 한가 보다.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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