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전을 삼키다
검색, 사전을 삼키다 ㅣ 정철 ㅣ 사계절 ㅣ 2016
사실상 국립국어원에 대적할 사전이 없고 독점이 됐다. 어떤 형태의 독점도 좋지 않다. 예전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전이 서로 경쟁적으로 나오며 여러 시각에서 정보에 접근했는데, 그게 어려워진다면 우리에게 위기라면 위기다. p.47
사전 작업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축적돼야 한다. 사전 체제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해 적어도 10년 이상, 20~30년이 걸려야 제대로 된 경험이 쌓인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경험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 다시 사전을 만들려고 할 때, 사전을 만들 인력을 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p.47
한자사전은 크게 자서, 운서, 훈고서로 나뉜다. 요즘의 어감으로 말한다면 어학사전, 라임사전, 용어사전(백과사전)으로 보면 된다. p.61
불특정 다수의 비전문가가 작성한 문서가 전문가들의 정리보다 훌륭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위키백과 등장 이후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러한 비판이나 공격과는 별개로 위키백과는 지속적으로 문서의 질을 검토해왔으며, 집필자들에게 요구하는 수준도 높여왔다. 특히 참고문헌을 분명히 제시하라는 요구는 문서의 질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p.83
다만 나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위키백과에 경쟁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불특정 다수의 비전문가가 만드는 사전이 있다면, 소수의 전문가가 만드는 사전도 있어야 한다. 비전문가들이 파고들기 어려운 지점을 다뤄주는 전문가들의 연합체가 만든 사전이 위키백과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돈도 비용도 많이 드는 이 일에 아무도 뛰어들려 하지 않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문가들이 만든 백과사전이 위키백과에 완패하다시피 했다. p.94~95
랭킹이야말로 검색의 꽃이다. 사람들은 검색 결과 5위 안에 있는 문서들을 주로 본다.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기보다는 다른 검색어를 넣거나 화를 내며 이탈한다. 검색 결과를 1000만 개 이상 보여줘도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p.148
시간이 갈수록 개별 지식만 쌓이는 지식iN보다는 지식이 보편적인 형태로 축적되는 위키백과가 더 바람직한 문서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사실 그 두 아카이브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보완재로 보는 편이 맞다. p.154
네이버가 좀 더 다수의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지만, 다음의 사전은 네이버와 거의 겹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사를 비교하면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잘 모른다. 하지만 연구자들이나 언론 출판 종사자들은 양사의 사전을 비교해 자신에게 더 적합한 사전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p.165
페이스북의 엔지니어였던 제프 해머바커가 이런 말을 했다는데,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속한 세대의 최고 지성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광고를 클릭할 수 있게 만들지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거지같아요." p.189
편리함은 의존을 낳았다. 검색엔진 회사들은 사용자들의 의존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작업을 한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사용자의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일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걸 즉각적으로, 보기 좋게 내놓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검색 영역은 가장 큰 회사 하나가 독식하는 시장이다. p.206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은 양방향으로 나타난다. 먼저 네이버가 콘텐츠 검색을 허용하지 않아 네이버 안의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의 UCC 콘텐츠가 외부 검색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 문제다. 일부 검색을 허용한 것들도 웹상의 '사실상의 표준'과 어긋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장벽이 생긴 경우들이 많다. (중략) 반대 방향으로는 네이버 검색이 외부 블로그나 게시판 등을 제대로 검색해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외부 콘텐츠를 제대로 수집, 색인하지 못하는 면도 있지만, 제대로 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검색해주기 쉬운 네이버 콘텐츠보다 상위로 올라오기가 어렵다. p.215~216
검색 개선의 두 번째 방향은 신속성이다. 구글은 "고객이 빨리 떠나게 하는 검색"을 지향한다고 한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매우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자, 사용자를 가두고 방황하게 하려는 다른 회사들과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p.227
01. 디지털 시대, 사전의 미래를 묻다 (http://www.bloter.net/archives/156907)
02. 나의 첫 사전은 무엇이었을까. 난 백과사전을 열심히 본 세대는 아니다. 어릴 때 전래동화나 위인전 전집은 있어도 백과사전 전집은 안 샀다. 대신 백과사전은 컴퓨터를 살 때 사은품 CD로 받았다. 처음엔 그 작은 CD 한 장에 그렇게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게 신기해서 이것저것 검색해 봤지만(아, 너무 먼 옛날 얘기 같다ㅋㅋ) 그걸 학습 도구로 사용한 일은 내 기억에 거의 없다.
중고생 때도 영어사전이나 국어사전을 들여다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용이었고, 학습용으로 열심히 썼던 사전은 대학생 때부터 쓰기 시작한 전자사전이다. 중국어 쪽은 펜인식이 가능한 에이원프로 브랜드가 거의 꽉 잡고 있었고, 동기들도 대부분 그 사전을 썼다. '명색이 전공자인데 종이사전 하나쯤은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하는 마음에 고려대 중한사전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도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남아 있다. 한때는 중중사전을 열심히 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열심히 봤던 '현대한어사전' 역시 전자사전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고로 나의 중국어사전은 에이원프로-누리안-네이버 중국어사전으로 이어지며 디지털 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