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

당신의 노후 | 박형서 | 현대문학 | 2018


사과가 먹고 싶었다. 수련 씨는 한번 먹어보란 말도 없이 파란 사과 두 알을 혼자 먹어버렸다. p.69


한 입이나마 직접 먹어보자고 그 먼 길을 달린 게 아니었으니까. 땀에 젖은 그 두 알의 사과를 씻지도 않고 남김없이 먹어주어서 진심으로 기뻤다. p.112~113


그깟 사과가 뭐라고 그걸 구하려 밤새 달렸던 자신의 젊음과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사과 두 알을 꼭지째 우적우적 씹어 먹던 수련 씨의 젊음, 그토록 수많은 게 가능했던 젊음, 그리고 이제는 영영 잃어버린 저 새파란 젊음이 그리운 것이다. p.131

논쟁이 누군가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다. 논쟁을 통해 입장이 바뀌진 않는다. p.21


뭔가를 추측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건 참 묘한 일이다. p.76


설령 이 모든 게 함정이라도, 그 함정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극도로 몰린 상황에서는 막연한 불안보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함정이 살가운 법이다. p.79


사람들이 상처받은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이러한 죽음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덕에 사회는 숨통을 트고, 한층 젊어진다. p.83


"시간이 노인의 편이 아닌 것처럼 젊은이의 편도 아니지. 시간은 결국 살아 있는 모두를 배신할 걸세. 싸우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덧 자네들도 맥없이 늙어 있을 테니까." p.134


돌이켜보면 그의 담담했던 표정은 인간의 삶이란 참으로 외롭고, 가난하고, 더럽고, 잔인하고, 짧을 뿐이라 탄식하는 것 같았다.* p.136

*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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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당신의 노후>라는 제목에 이끌려 고른 책. 소설의 배경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한국.

기금 고갈 처지에 놓인 국민연금공단은 연금 수급자들을 조용히 제거해 간다. 호흡이 짧고 박진감이 넘쳐 금세 읽었다.


02. 병원에 누워 있는 79살 아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70살 남자라니. 수련 씨는 참 복도 많지.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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