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지수 옮김 | 바다 출판사 | 2017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축적하여 진실을 그리는 것이다."

이런 소리가 예전부터 텔레비전 현장에서 계속 들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작해 보니 사실, 진실, 중립, 공평과 같은 말은 매우 공허하게 들렸습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란 '다양한 해석 가운데 한 가지 해석을 자기 나름대로 제시하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요. p.113


'나도 어느 날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희박하게 지닌 채 재판에 임하면, '내가 피해자라면 이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라는 피해자 입장의 발상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 생각 한편에 '우리는 이 가해자를 낳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의식이 균형 있게 존재하면, 배심원 제도는 우리와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요. p.134


재미있는 방송이라면 누구든지 볼 것입니다. 저는 그런 '뜻밖의 마주침'이 텔레비전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므로 텔레비전 방송으로 작품을 본 사람의 사고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가려는 생각을 언제나 품고 있습니다. p.157


저는 사실 그다지 의미라는 형태로 삶을 인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 이면에서 의미 있는 죽음, 의미 없는 죽음이라는 사고방식이 나올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건 위험할 것 같아서... p.169


영화를 본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 그 사람의 일상을 보는 방식이 변하거나 일상을 비평적으로 보는 계끼가 되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p.191


가족이니까 서로 이해할 수 있다거나 가족이니까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가족이니까 들키기 싫다'거나 '가족이니까 모른다' 같은 경우가 실제 생활에서는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p.226


관객과의 대화는 비평과는 또 다른 면에서 자신의 영화가 어떻게 가 닿았는지(혹은 가 닿지 않았는지)를 손에 잡힐 듯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통역이 중간에 있으니 듣는 사람을 관찰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는 제가 영화감독으로서 단련이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p.288


저의 경우, 주제는 찍기 전에 아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자잘한 디테일을 채워 나가는 가운데 생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주제나 메시지는 저 자신이 의식하고 있을 뿐이라서 인터뷰할 때도 되도록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작품에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나 생각하는 게 반영되어 있을 테니 구태여 말로 표현함으로써 제가 파악하고 있는 부분 외의 주제나 메시지가 버려지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p.374


지금의 저는 제 생활이 무엇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는지 제대로 그리고 싶습니다. 시대나 사람의 변화를 뒤쫓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싶습니다. 시대나 사람의 변화를 뒤쫓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제 발밑의 사회와 연결된 어두운 부분을 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외부와 마주하고, 그 좋은 점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에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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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팬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더더더 팬이 되었다.

세상을 향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짐.

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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