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있는

우울에 관한 이야기 - 아무것도 할 수 있는 | 2016 | 독립출판물


어느 책에서 그런 구절을 봤던 것 같아요. 우물은 우물과 비슷해서, 있는지 몰랐다가도 쑥 빠지고 나면 그때야 알아채는 것이고 그 깊이에 따라 나올 수도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거라고. 우울을 겪으며 진심으로 공감했어요. p.30


우리가 쉬이 업신여기는 것들이 우리를 구원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량한 성취감이 큰 체념을 생각보다 손쉽게 막아낸다고 생각한다. p.48


꾸준히 무언가 한다는 것은, 부족함이 많은 내가 하는 일이지만 어제의 나, 오늘의 나와 앞으로의 수많은 내가 협업하고 있고, 오늘의 부족함은 미래의 내가 채워 나갈 것이라는 것. 나는 나로서 혼자임이 아니며, 나로서 함께 있다는 것을. p.65


약물은 함부로 끊으면 안 돼요. 생각보다 더 큰 우울함이 몰려올 수 있어요. 그렇다고 약물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내 의지로 우울과 싸우는 와중에 날 위해 조금 지원군이 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p.79


저의 기분이 좋아야 무언가를 하게 되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p.106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비롯하여 다양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길 가장 힘들 때가 가족과 같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지 부족'이란 말을 들었을 때래. p.140


우울증을 겪으며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 성적보다 내 작업물보다 말이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정신 건강도, 몸 건강도 너무 나빠졌다. 나는 나를  깎아가며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무언가를 만들 자신도 생각도 없다. 그런 마인드로 디자인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시간에 동생과 밥을 먹고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싶다. p.159


우울은 참으면서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기 싫은 일들을 참으며 하고, 듣기 싫은 말들을 참으며 듣고,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잃고 나 이외의 사람들의 취향을 맞춰가게 되면서 자신을 잃고 다른 사람이 되어가다 체하게 되면 우울이 오는 것 같습니다.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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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중학생 때 툭하면 무단결석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담임은 학급 서기였던 내게 이따금 그 친구의 결석 일수를 물었다.

한번은 그 친구가 왼손과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팔뚝에 멍이 든 채로 학교에 온 날이 있었다. 자살 시도 실패라는 소문이 돌았다.

대화조차 거의 안 나눈 사이였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고, 그냥 비행청소년 정도로 생각했다.

오히려 내 관심사는 그 친구가 과연 결석일수 72일을 채우고 유급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 친구가 그때 참 힘든 시기를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나와 꿋꿋하게 살고 있기를.


02. 우울증이 내 주변 사람의 일로 다가온 것은 대학생 때였다. 같은 과 친구가 학교 앞 고시원에서 자살을 했다. 

총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할 만큼 활발한 친구였기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 친구는 죽기 얼마 전 우울증 증상에 관한 백과사전 지식을 싸이월드에 기록하며

자신이 해당하는 증상에 밑줄을 쳤는데, 다들 가을 타는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그때 그 글을 본 누군가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신경 써 주었다면 그 친구의 죽음을 막았을까?

인사나 간신히 나눌 정도로 서먹한 사이였지만, 우울증 자살 소식을 들으면 여전히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친구다.


03. 몇 년 전에 샀는데 이제야 읽는다. 그 사이에 개정판도 나온 모양이다.

우울증 환자와 주변인의 다양한 글을 읽으며 참 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다들 힘내길.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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