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입은 옷

책이 입은 옷 | 줌파 라히리 |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


표지가 막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상반된 두 감정을 느낀다. 책이 완성됐기 때문에 뿌듯하다. 또 한편으론 불안해진다. 표지가 완성되면 이제 책이 읽혀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환영받거나 비판받거나 분석되거나 잊힐 거다. 표지는 나와 독자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면서 내 말을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p.24


생각할수록 표지가 일종의 번역, 내 말을 다른 언어로 해석한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책 내용을 대표하지만 그 자체는 아니다. 너무 문자적이어서는 안 된다. 책을 자기식대로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번역이라 할 표지는 책에 충실하거나 빗나갈 수 있다. 이론상으로 표지가 번역이라면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지켜지는 건 아니다. 표지가 내용을 압도할 수도, 지배할 수도 있다. p.26


책이 옷을 입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며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쇄된 책은 두 표현 방법이 만난 것이다. 모든 표지는 예술가의 손을 거친다. 작가와 예술가의 이 만남, 이 조화가 난 매우 흥미롭다. p.37


우리는 표지가 단순히 책의 의미나 내용을 반영하는 세상에 살지 않는다. 오늘날 표지는 책에서 또 다른 비중을 차지한다. 표지는 미적인 목적보다 상업적 목적이 더 크다. 표지가 책의 성공 혹은 실패를 결정한다. p.41


표지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싣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독자가 내 책에서 만나는 첫 단어는 내가 쓰는 말이길 원한다. p.48


완벽한 표지는 뭘까? 존재하지 않는다. 표지 대부분은 우리의 옷처럼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표지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날짜가 새겨지고 난 뒤 특정한 시간 동안에만 사랑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 옛날 번역을 다시 번역해야 하듯 표지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바꿀 필요가 있다. 책에 활력을 주기 위해, 책을 좀 더 현실감 나게 하기 위해 새 표지를 입어야 한다. 새로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것은 바로 원래 언어로 적혀진 오리지널 텍스트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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