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6


Q. 집필 때 번역을 염두에 두나.

A. 번역할 때 잘 호환되도록 의식하고 쓰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번역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번역하고 싶다'하는 미적 충동을 번역가에게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극작을 전공했는데, 희곡 쓰기 훈련이 소설에 도움이 될 때가 있나.

A. 텍스트에 대한 거리감각을 배웠다. 무대미술, 의상, 연출, 배우가 각자의 입장에서 인물의 필연성을 설명해 달라고 말한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 대사가 배우 입을 통해 들렸을 때 부끄러웠던 기억도 있다(웃음). 내가 10번 고친 대본을 배우는 20번 30번 읽지 않나. 거기서 오는 뜻밖의 질문과 배움, 책임감이 있었다.

Q. 단행본으로 묶으며 많이 바뀌었나?

A. 편집자가 교정지에 체크해 준 걸 보면 내 문장 습관도 보인다. 문장에 리듬을 살린다고 조사든 형용사든 줄이는 게 버릇인데, 그래서 운율은 생기지만 뜻이 부정확해질 때가 있다.

좋았던 김애란 인터뷰. 지난주에 낭만서점 낭독회 못 간 게 새삼 아쉽다.



02. 영초언니


영화 <오래된 정원>에는 장기수로 복역하다가 출소한 아빠가 자기 신분을 숨긴 채 딸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는 자기만 행복하면 왠지 나쁜 놈이 되는 시대였거든. 그래, 바보 같았던 거지..." p.73

읽으면서 많이 울었던 책. 장강명 소설을 읽을 때도 느끼지만, 기자 출신 작가의 글은 가독성이 정말 좋다. 책장이 훅훅 넘어감.



03. 연극 스페셜 라이어


지난 일요일에 <라이어>를 보러 갔다. 20주년인 데다 앞에 '스페셜'도 붙어 있어서 뭔가 많이 바뀌었나 싶었는데 딱히 그렇진 않았다. 1980년대에 쓰여진 작품이고, 핸드폰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감안하고 봐야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소수자 혐오를 이용한 개그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불편했다. '더러운 호모' 같은 발언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경악.


이번 공연에서는 나로서도 참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공연에 지각하는 '진상 관객'이 된 것. 하, 내가 지각이라니. 분명 2시 10분에 광화문에서 택시를 탔고, 아무리 주말 교통 체증을 감안해도 커피 한 잔은 마시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웬걸, 차들이 도로에 그냥 멈춰 서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아무리 주말이래도 이 정도로 막힐 길이 절대 아니라고 하시길래 검색해 봤더니 대학로 태극기 집회... 하는 수 없이 택시에서 내렸다. 기사 아저씨가 503 편드는 발언 한마디만 했어도 싸울 각이었는데, 시원하게 욕해 주셔서 힘(?)을 받고 내렸다. 이 푹푹 찌는 날씨에 태극기와 성조기 사이를 헤치며 1km를 걸어가자니 없던 노인 혐오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옆 좌석 커플을 포함, 우리 말고도 지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얼마나 짜증을 내며 왔을까.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04. 혐오 표현


성소수자 혐오 얘기가 나온 김에 생각난 이야기. 요즘은 웹드 <쌍*총비>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초교전>에서 월칠로 나오는 배우가 주연을 맡은 웹드다. '제2의 태자비'라는 수사에 끌려 보기 시작. 태자비까지는 아니지만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초반부에 死娘炮(말투나 행동이 여자 같은 남자)란 단어가 자주 나온다. 보통은 '기생오라비'라고 하지만 묵연성을 비롯한 고대인(?)들이 기생오라비란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설정은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이스럽다', '게이 같은 놈'이 어울리겠으나 명백한 혐오 표현. 아무리 死가 앞에 붙었어도 조심스럽다. '초식남'과도 뉘앙스가 좀 다른 것 같은데. 내가 번역할 작품도 아닌데 괜히 고민ㅋㅋ 좋은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



05. 그럼에도 먹는다


이태원에 있는 맛난 베트남 음식점. 요즘 베트남 음식 맛있게 하는 집이 많아져서 세상 행복.



더운 날씨에 에어컨 바람 속에서 먹는 대창과 곱창. 소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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