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면역에 관하여 | 율라 비스 | 김명남 옮김 | 열린 책들 | 2016


우리가 백신의 효과를 따질 때 그것이 하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만 따지지 않고 공동체의 집합적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따진다면, 백신 접종을 면역에 대한 예금으로 상상해도 썩 괜찮을 것이다. 그 은행에 돈을 넣는다는 건 스스로의 면역으로 보호받을 능력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집단 면역herd immunity의 원리이고, 집단 접종이 개인 접종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은 바로 이 집단 면역 덕분이다. p.34~35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p.36


다양성이 충분하고 반대의 자유가 있는 한, 집단은 어느 한 전문가의 생각보다 나은 생각을 낼 수 있다. p.38


'백신은 다수 집단을 동원해서 소수 집단을 보호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하지.' p.47


백신 접종의 가장 부자연스러운 특징은, 매사가 순조로울 경우 그 때문에 접종자가 질병에 걸리거나 질환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p.67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은 일종의 시간 여행이란 걸, 그동안 나는 깨달았다. 나는 무슨 결정이든 결정을 내릴 때마다 미래를 내다보며, 내가 아이에게 미래에 무엇을 주게 되는 건지 아니면 빼앗게 되는 건지 궁금해한다. p.103~104


힘은, 물론, 뱀파이어적이다. 우리가 힘을 즐기는 건 오로지 남들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힘은 철학자들이 위치재라고 부르는 것, 즉 내가 남보다 얼마나 더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재화에 해당한다. 특권도 위치재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건강도 위치재라고 주장한다. p.126~127


한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개념은 전염병이 도는 시절에 의무 백신 접종을 옹호하는 논거로 쓰였다. 오늘날 주로 전쟁과 결부되어 쓰이는 <양심적 거부자>란 용어는 원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p.179


만일 미국이라는 나라의 존재가 의무 예방 접종에 어느 정도 빚지고 있다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현재 성격은 의무 접종에 반대했던 저항에도 어느 정도 빚진다고 말할 수 있다. 초기의 백신 거부자들은 미국에서 점차 강해지던 경찰의 힘에 처음 법적으로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더 이상 머리를 겨눈 총구 앞에서 강제로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들 덕분이고, 어쩌면 여자들이 낙태권을 부정당하지 않는 것도 그들 덕분이다. p.182


'현대 서구 담론에서 여성이 어엿한 개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건 이 때문이었다. 여성의 경우, 그 몸이 다른 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심란한 재능은 사적이고 경계가 뚜렷한 개인성의 개념을 훼손한다. 더구나 그 다른 몸의 개인성이 여성의 개인성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설령 그 작은 몸이 여성의 몸속에 오롯이 담겨 있더라도.' p.190


에이즈 전염병의 시대에 성장한 우리는 에이즈가 동성애, 난잡한 성생활, 약물 중독에 대한 벌이라는 생각을 접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질병이 정말로 무언가에 대한 벌이라면, 그것은 오직 살아 있는 데 대한 벌일 뿐이다. p.208~209


어릴 때 내가 아버지에게 무엇이 암을 일으키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한참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생명. 생명이 암을 일으킨단다.' p.209


지식은 속성상 늘 불완전하다. 과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우리에게 '과학자는 결코 확신하지 않는다'고 알려 주었다. p.220


사람들이 편견으로 기우는 경향성은 스스로가 특히 취약하다고 느끼거나 질병에 대해서 위협을 느낄 때 좀 더 강화된다고 한다. 일례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은 임신 초기 단계에서 외국인 혐오를 좀 더 많이 드러낸다. 슬프게도 우리는 자신이 취약하다고 느낄수록 좀 더 편협해지는 것이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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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때문에 시끌시끌한 요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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