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영화 번역가 강민하가 말하는 '너의 이름은.' 자막 작업


베테랑 영화 번역가 강민하가 말하는 '너의 이름은.' 자막 작업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이 장면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로 자막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잘 읽히면서도 화면에서 시선이 벗어나 글자만 보게 만들면 안 되고요. 원래의 영화 내용에 충실하면서 관객의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20년 가까이 영화 번역을 하면서 보니 영화 번역도 어느 나라 영화냐를 떠나 유행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분들이 번역한 부분도 참고하지만 그걸 따라가면서 번역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영화건 그 영화가 만들어진 나라 사람들이 봐서 웃는 장면에서는 우리나라 관객들도 웃게 만들고 싶습니다. 해당 나라 사람들이 웃지 않는 부분에서 웃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일본 영화를 보고 일본인이 웃는 장면에서 한국 관객들도 웃게 하지 못했다면 잘한 번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번역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국적이 바뀌어도 같은 장면에서 웃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욕심에 달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적으로 의미만 이해시키고 넘어가도 흥행에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 있겠지만 제가 좀 욕심을 부리는 편입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러브레터의 명대사 '오겡끼데스까~'를 변역할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장면은 감정이 최고조로 고조되어야 하는 장면이죠.

(중략) 저는 고민 끝에 '잘 지내십니까'로 번역했는데 이 부분에서 실제 어떻게 영화 자막이 표기되었는지 기억 못하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그건 자연스럽게 번역되어 장면 자체로 수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사투리로 처리해 봤는데 이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캐릭터는 사투리를 쓰는구나 라는 건 귀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한국의 특정 지역 사투리에 맞추기도 애매해서 자막에선 사투리를 배제했습니다.

이건 러브레터 때도 마찬가지였죠. 러브레터에서도 사투리를 쓰는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사투리로 자막을 표기해 보니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캐릭터의 연기와 목소리로 이해시켜야지 표기를 사투리로 가면 어느 지역 사투리로 할지도 문제가 되지만 사투리를 글로 보면 의도치 않은 장면에서 웃음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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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투리 들어간 자막이 싫다. 번역이 아니라 번역가가 보여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막상 내가 번역하면서 사투리 구사자의 말을 표준어로 번역하다 보면 

'아~ 이 느낌을 살려 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직무 유기라도 한 듯 살짝 찔린 것도 사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영화 번역을 한 베테랑 번역가도 이렇게 말씀하시니 좀더 당당하게 표준어로 옮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ㅎㅎ


토트*

덕업일치를 꿈꾸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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